한교연-한기총 통합 위한 새 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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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한기총 통합 위한 새 판 짠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8.3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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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기자회견 '한국교회연합 추진위원회' 조직 발표 ... 내부반발 조율 미지수
▲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을 위한 '한국교회연합 추진위원회'가 조직됐다. 지난 31일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과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논의구조에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도 참여한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조일래 목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 간 통합 논의가 새 국면을 맞았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중재하는 방식의 추진에서, 한교연과 한기총, 교단장회의가 대화하는 구조가 시도된 것.

지난 31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에서는 한교연 조일래 대표회장,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 예장대신 이종승 부총회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여성삼 총회장,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간 교단장회의 중심 논의구조에 참여하지 않던 조일래 대표회장이 참석하면서 언론의 높은 관심을 샀다. 한교연은 비상설기구인 교단장회의가 통합 추진을 주도하는 데 반대하며 참여를 거부해왔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 대표회장이 참여했으며,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선언문’이 발표됐다. 제목은 선언문이지만 통합을 위한 10개항의 대화 로드맵에 가까웠다.

문서에서는 “조일래 한교연 대표회장,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 박무용 합동, 전용재 기감 교단장회의 공동대표는 한국교회의 열망인 한국교회연합을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고 전제하고 “7인의 한국교회연합 추진위원회를 조직한다”고 선언했다.

또 “추진위원회에는 한교연 3인, 한기총 2인, 양 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은 합동과 기감 1인씩을 연합 추진위원으로 파송하며, 추진위원은 총회장 혹은 증경총회장급으로 선정하도록 한다.”고 했다.

추진 일정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9월 말까지 연합추진위원회를 조직 완료하고 분야별 실무팀을 구성해 제반문제를 다루며, 10월말까지는 연합 합의안을 마련해 11월 말까지 한국교회 연합이 완성됨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합의도출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한교연, 한기총, 교단장회의 대표 3인이 합의한 내용을 따르되, 3인의 합의마저 어렵다면 양 기구 대표회장, 합동, 통합, 기감, 대신 총회장이 모여 최종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기자회견은 기념사진 촬영을 끝으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곧바로 끝이 났다.

▲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찾아와 피켓을 들고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통합 추진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추진위 구성됐지만 내부 합의가 관건

‘7인의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고 천명했지만, 향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양 기구 통합에 대한 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한교연과 한기총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교연의 경우 이미 반발 의견이 만만치 않다. 기자회견 현장에는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가 피켓을 들고 나타나 조일래 대표회장이 지난 8월 초 임원회 결의를 위반했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바른신앙수호위원장 황인찬 목사는 “한교연 임원회에는 교단장회의가 주체로 참여할 수 없고 멤버십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의가 있다. 이단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기총의 파트너십이 인정된다”며 “조 대표회장은 내부 합의 없이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교연 전 대표회장들도 견해가 갈리는 분위기다. 박위근, 한영훈 전 대표회장은 별도의 문서를 통해 “조일래 대표회장은 지난 3일 5-6차 임원회 결의사항과 결의내용을 23일 회원교단에 우편으로 보낸 사실을 망각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만난 조일래 대표회장은 “연합을 위한 물꼬를 제대로 틀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됐다. 한교연 내부 조율을 앞으로 더 하겠다”고 전했다. 또 교단장회의를 협력단체라며 한계를 두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양 기구에 가입돼 있지 않은 교단 소속교회만 2만여개나 된다. 그 실체를 인정하고 가야 한다고 보고 함께 이야기해야 되지 않나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단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대원칙은 분명하다.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판이 깨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채영남 총회장도 “추진과정에서 이단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교단은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기총 내부에서 이단문제가 해결될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해 한교연 양병희 직전대표회장과 ‘이단문제’ 해결을 합의했지만, 한기총 임원회에서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단 논란 인사와 교단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이영훈 대표회장에게 실패한 적이 있는 이단문제가 해결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 수 있다. 지켜봐 달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교회교단장회의 역시 지난 24일 모인 전체회의에서도 이번에 발표된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교단장회의에서 ‘한국교회연합을위한협의회’라는 실무조직을 산하에 두기로 하고 이를 인준하는 논의까지 있었다.

그러다 판이 급격히 바뀌었다. 이번 합의사항이 발표된 것은 지난 25일 이른 아침 조일래 대표회장과 이영훈 대표회장, 교단장회의 공동대표회장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전용재 감독회장이 몇몇 교단장들과 급하게 만나면서 새로운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교단장회의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비상설기구이자 현직 총회장들의 친교모임 성격이 강한 교단장회의는 이번 9월 장로교단 정기총회 이후 멤버가 대거 바뀐다. 임가 4년을 보내며 교단장회의 주축 역할을 했던 전용재 감독회장도 10월이면 임기를 다한다.

이들 인사들의 대표성 여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 한기총 통합을 위한 논의 구조가 바뀌었지만 실질적인 결과가 있기 위해서는 '7.7 개혁정관 회복', '이단문제 해결'이라는 핵심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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