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말하는 ‘교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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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말하는 ‘교회’의 의미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09.09 19: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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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교회 / 김태헌 지음 / 와웸퍼블

교회가 세워지면 대부분 ‘개척’이라고 하지만 ‘설립’으로 표현되는 교회가 있다. 상주하는 담임 목회자가 없기도 하고, 부흥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모습, 그대로 있는 교회다.

출석 교인으로 등록하고 싶어도 등록할 수 없는 교회. 하지만 그냥 다녀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교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기쁨을 담아가는 교회, 하소연하고 싶을 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교회. 아니 이보다 불교 신자나 가톨릭 신자들이 거리낌 없이 찾는 교회. 거기에 더해 불신자들이 더 가보고 싶어하는 교회라는 것은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이 교회만이 줄 수 있는 반전(反轉)이다.

과연 이런 교회가 있을까? 있다면 교회로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8㎡(2.4평) 규모의 ‘순례자의교회’. 제주시 한경면 일주서로 3960-24에 있는 교회이지만, 사람들에게는 ‘제주 올레길 13코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더 알려져 있다.

# 하나님의 임재와 위로가 있는 교회

▲ '세상에 없던 교회'의 저자 제주 순레자의교회 김태헌 목사.

순례자의교회 설립자 김태헌 목사의 신간 ‘세상에 없던 교회’는 정말 ‘세상에 없던 새로운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경험한 하나님의 임재와 깊은 위로를 담아낸 책이다. 그리고 세상에 없던 교회를 이루기 위한 깊은 고민과 대안으로서의 교회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올레길에 자리잡은 순례자의교회에 찾아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고백이기도 한 “세상에 없던 교회를 만났다”는 말은, 8㎡(2.4평) 초미니 교회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하시며 교회를 이끌어가시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생생한 간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다양한 고백으로 채색된 세상에 없던 교회를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순례자의교회 안을 보고 싶어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저희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죄책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울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한 번도 교회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느낌은 생전 처음입니다.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이곳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가까운 교회에 나가야겠습니다”(본문 64, 65페이지).

# 교회다움은 예수님을 살아내는 것

8㎡라는 규모에서도 알 수 있지만 ‘교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흔한 상식을 깬다. 그렇기 때문에 순례자의교회가 세워지기도 했지만.

“나는 순례자의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을 회심시키거나 개종시키려 애쓰지 않는다. 교회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모두 관광이라는 목적과 명분을 통해 하나님이 이끌어 오신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역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그 분은 사람들을 만나주신다. 교회 출석을 종용하거나 교리를 가르치는 대신 실제로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시는 것이다. 2천 년 전에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본문 48페이지).

김태헌 목사는 유독 ‘교회다움’을 강조한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교회의 모습들은 결국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교회의 제 모습들을 생생하게 구체화시켜 나간다.

“‘교회다움’은 예수님을 살아내는 것이다. 내 안에 계시지만 동시에 나를 품으시는 예수님을 행동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살아내는 것이다. 그럴 때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세상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지치고 상한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교회다운 교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제 현장에서 그런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산방산이보이는교회에서 내가 실험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본문 206페이지).

순례자의교회를 설립하고 2년 후 자동차로 30여 분 떨어진 곳,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언덕에 ‘산방산이보이는교회’를 시작했다. 여기는 담임 목회자가 있고, 설교도 있고, 교육도 있다. 대안적인 교회로서의 새로운 모습, 세상에 없던 교회를 이제 세상에 세워가기 위한, 그리고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이며 모판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이신 목장에 입양된 목양견(牧羊犬)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목사다움’이라고 믿는다.

# 세상과 화해하고 소통하는 교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교회의 모습은 오히려 소박하다. 그리고 교회가 마땅히 해야 했던 일, 그러나 하지 못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격려한다.

“교회는 세상과 화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교회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과해야 하고, 세상은 교회에 대한 오해와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나는 순례자의교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본문 83페이지).

이게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길이며, 세상에 없던 교회가 세상에 탄생하는 길이다.

김태헌 목사는 제주 북동쪽에 두 번째 순례자의교회 설립을 준비 중이다. 어쩌면 순례자의교회 때문에 제주 올레길 13코스가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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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2016-09-10 08:45:21
책 내용이 이 기사에 잘 요약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