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여자의 적이 여자라면, 여학생의 적도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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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여자의 적이 여자라면, 여학생의 적도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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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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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34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나는 좀 더 바빠집니다. 학교로 가서 중3이나 고3 학생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중3, 고3이라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건, 짜증투성이 날들로 채웠건 아이들은 연말(게다가 마지막 고등학생, 중학생 기간)이라는 시간 앞에서 상당히 술렁이는 마음이 됩니다.

학교마다 형편에 맞게 갖가지 강연, 행사, 체험활동 등을 펼쳐나갑니다. 하지만 학교가 기업이 아닌 이상 빤한 제정상태 속에서 뭘 그리 대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나요?

이렇다보니 아이들의 연말은 특이하게도 학교 안에서만 점점 무기력해지고, 혼란과 어수선함이 커져갑니다. 그 소용돌이 안에 청소년 대상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마치 그 무정부상태 지역을 진정시키려 투입되는 전사 같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실력(?)이 아니고는 중3, 또는 고3이 적게는 150여명, 많게는 300 명 넘게 모여 있는 강당에서 아이들을 휘어잡기가(?) 버겁지요.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의 영성에 대한 강좌나 체험활동은 하나도 없고, 아예 생각도 못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자리에 설 때마다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메마른 영혼 속에 말씀을 마구 부어주고 싶지만, 특정종교 발언 불가! 소수인권 침해하는 발언 불가! 등등의 이유로 입도 못 엽니다. 그래도 지혜를 짜내어 복음을 전하지요. 그래서 이런 자리가 늘 불편하면서도 사명감을 갖게 만듭니다.

올해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떼는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하자, 문득 작년 일이 떠올랐습니다. 작년, 서울의 어느 여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치고 나서 한 선생님과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지요.

선생님: 저는 남학교에 있다가 여학교에 와서 그런지, 여학생들을 이해 못하겠어요. 반마다 대학 입학 확률이 높은 아이를 반장시켜주자는 의견이 암암리에 흘렀지요. 어차피 고3 때 반장은 명분만 있지 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기막히게도 단 한 반도 그런 아이를 반장으로 뽑지 않았어요. 

나:왜 그랬지요?
선생님: 남이 대학 가는데 왜 내가 도와줘야 하나요? 하는 심리로 표를 안 준 거죠. 나는 대학 못 가는데 남들 대학 가는 꼴은 못 봐! 이런 거지요.

나:선생님, 그럼 남학교에서는 어떻게?
선생님: 남자 애들은, ‘나는 못 가지만 갈 놈은 가게 하지, 뭐.’ 이런 마음으로 표를 주거든요. 사실, 반장되고 안 되고가 아주 예민하게 작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는 가능성 있는 아이에게 스펙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려고 하는 거지만... 물론 잘못된 건 줄 알지만... 여하튼 남학생과 여학생들 마음이 이렇게 달라요.

나: 달리 생각하면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도덕성에 더 민감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선생님: 꼭 그렇지는 않아요. 남녀공학에서는 이런 현상이(여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상) 반으로 줄어들거든요.

내가 이렇게 작년 일을 생각하게 된 것은 교회학교의 여학생들과 큰 비교가 돼서입니다. 교회학교 여학생들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천사들 같습니다.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섬기며, 친구를 더 높여주고, 화도 잘 안 내고, 외모가 어떠하든 시기나 멸시를 하지 않고, 빈부격차 따위는 신경도 안 쓰면서 잘 지냅니다. 어른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는 같은 여자가 잘 되는 꼴을 못 봐!’ 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거의 여자이지요.

그렇다면 주님을 믿은 여학생들은 정말 천사일까요? 아니면 위선의 탈을 쓴 걸까요? 또는 점점 성화되어 가고 있는 상태라면- 이런 여학생들이 학교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면 주님께서 얼마나 예뻐하실까요?


빵과 기도

빵>>>그리스신화의 여신들은 대부분 질투와 시기와 증오로 신화를 장식한다.

기도>>>“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요 그 행한 일로 말미암아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잠언 31장 10절, 31절) - 잠언의 마지막 장은 여자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며 막을 내린다. 용사나 장군, 왕이나 지혜자나, 승리자나 부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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