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디자인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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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디자인은 세상을 향해 외치는 메시지입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2.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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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만교회 로고(LOGO)로 세계 최초 ‘iF 어워드’ 수상
그래픽 디자이너 김범준 집사
▲ 부천성만교회 김범준 집사는 “공감을 얻는 메시지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부천 성만교회(담임:이찬용 목사)에 출석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범준 집사(39)는 이달 초 독일에서 한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독일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이 주관하는 세계 3대 디자인상 ‘iF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브랜드’ 부문(Brand Winner) 수상자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iF 디자인상은 독일의 레드 닷(RED DOT), 미국의 IDEA와 함께 디자인 업계에서는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올해는 3개 부문 16개 분야에 전 세계 59개국에서 무려 5700여점이 응모했다. 부친 회사에서 근무하며 1인 기업으로 디자인 회사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그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결과였다. 

김 집사가 응모한 작품이 더 놀랍다. ‘브랜드’ 분야 당선작은 성만교회 로고(SUNG MAN CHURCH). 1954년 상이 제정된 이래 교회의 로고가 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 그대로 ‘세계 최초’이다. 

기독교 관련 분야가 따로 없어 전혀 기대를 않고 있다가 수상 결과가 전해졌을 때는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상을 받게 된 성만교회 로고는 한눈에 봐도 인상적이다. 단순하면서 의미가 깊다. 붉은 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를 포근하게 품고 있는 형상이다. 

로고와 함께 출품된 그래픽 모티브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래픽 모티브는 로고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흔히 기업들은 로고를 보조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변화를 주어가며 사용한다. 그런데 성만교회 그래픽 모티브는 한 컷으로 보는 이야기와 같다는 점에서 차별화 돼 있다. 

“교회는 메시지가 중요하잖아요.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행적을 모티브로 활용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인격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캐릭터 화 한 것이라 할 수 있죠. 정형화된 기업의 모티브와 다른 점이죠.”

모티브 역시 로고처럼 간결하다. 복잡한 회화적 요소를 제거하고 ‘오병이어 기적’, ‘가나의 기적’, ‘제자들의 발 씻는 예수님’과 같은 성경 속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성만교회‘ 로고, iF 디자인 어워드 2017’ 수상
세계 59개국 5700여점 응모…교회 수상은 처음

▲ iF 디자인 어워드 로고는 예수님이 교회를 포근히 품고 있다.

로고, 10년 넘게 교회 자료에 활용
iF 어워드 수상 소식에 지난 10일 서울 상수동의 한 그림책 카페에서 김범준 집사를 만나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에야 세계적 권위의 상을 받게 됐지만 교회 로고가 만들어진 것은 10년을 훌쩍 넘는 2005년이다. 이찬용 담임목사가 교회 전반적인 디자인을 김 집사에게 전폭 위임하면서 제작된 것이다. 김범준 집사는 아마 일반회사였다면 로고 디자인이 채택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목사님과 교회에서 마음껏 디자인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배려해 주셨어요. 디자인 작품이 나오면 곧바로 적용됐고요. 그렇게 교회 안에는 디자인 요소들이 쌓였고 개인적으로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iF 어워드 수상은 저보다는 교회가 받아야 할 영광입니다.” 

김범준 집사는 교회 안에서는 간사라는 직함도 갖고 있다. 10년 가까이 교회 곳곳의 디자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디자인 한 작품들은 실제 성만교회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교회 로고와 이미지도 교패, 주보, 교회버스, 헌금봉투, 교역자 명함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회 외벽에는 동네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내건 걸개도 명물이다.

김 집사는 “디자이너이자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은 반드시 모든 일에 책임을 지시는 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것이 성만교회에 처음 출석한 중고등부 시절부터 갖게 된 마음이다. 그 옛날 ‘문학의 밤’을 준비하면서 디자인에 눈을 떴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꿈을 소중하게 키웠다. 

1998년 뉴질랜드로 홀로 유학을 떠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봅슬레이팀 ‘로고’는 대학시절 공모전에서 당선된 김 집사의 작품이다. 디자인 회사에 몸담으며 개발한 브랜드와 이미지도 굵직굵직하다. 지나온 과정이 감사 아닌 것이 없고 은혜 아닌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어머니 이효생 권사의 깊은 기도가 자리하고 있다. 

“저의 재능은 하나님의 주신 것이고, 뿌리는 교회에 있습니다. 지금도 교회에서 전도부장을 맡아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기도하는 어머니의 신앙이 제 삶에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교회 버스에도 예수님의 생애를 담은 이미지들이 새겨져 있다.

“공감 메시지가 디자인 최우선 요소“
iF 디자인 수상자가 보는 좋은 교회 이미지, 로고는 무엇일까. 김 집사는 항상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서 영감을 적고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그는 바로 메시지라고 했다. 

“디자인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내부 교인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공허해질 수 있거든요. 디자인할 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최우선으로 주목해야 합니다. 멋지고 예쁜 것은 그 다음입니다.”

또 그가 강조하는 것은 교회 로고에는 반드시 교회의 역사와 지향하는 바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모든 교인들과 함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그는 ‘온전히 깨어있다‘는 의미를 가진 디자인 회사 ‘와이드 어웨이크’(Wide awake)를 경영하고 있다. 지금도 개척교회 로고를 만들어주고 도움이 필요한 교인들을 디자인으로 지원하고 있다. 부친 회사, 자신의 디자인 회사, 교회 사역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할 수 있는 한 동행하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기독교 디자인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대학 졸업작품으로 기독교 역사를 시각화하는 작품을 전시했었습니다. 앞으로 예수님과 교회를 바르게 알 수 있도록 도울 그런 전시관을 만드는 게 비전입니다.”

김 집사는 다음달 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F 디자인상 시상 이벤트에 참석할 예정이다. 성만교회 로고 작품은 다른 수상작들과 함께 상설전시장에서 약 6개월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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