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결정, 목회자 영향 10명 중 2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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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 결정, 목회자 영향 10명 중 2명뿐”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4.2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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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럼-기자협회,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조사’ 발표
“기독교인 후보보다 기독교적 가치 가진 후보 선택하겠다”
▲ 한국기독교언론포럼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는 지난 24일 서울 정동 달개비에서 '2017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포럼을 개최했다.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교회 교인들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대통령 후보자를 선택할까? 그 기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여론조사가 교계 최초로 실시돼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사장:김지철 목사)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회장:정형권 기자)가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1028명을 대상으로 ‘2017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교인들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후보에 투표하진 않을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보다 기독교적 가치 가진 후보”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독교 신앙은 있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 가치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은 후보’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 가치가 드러나는 후보’ 중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 가치가 드러나는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46.7%로, ‘기독교 신앙은 있지만 정책과 공약에서 기독교 가치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은 후보’ 40.9%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독교 가치를 가진 비기독교인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개인적 신앙의 깊이가 있다고 생각할수록 높게 나타났다. 직분으로 보면 일반교인이 44.9%, 서리집사는 46.3%, 중직자 65,5%로 비율은 높아졌다.

과거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몰아줬던 한국교회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진 인식을 보여준 결과이다.

예장통합 전 총회장 손달익 목사(서문교회)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투표하는 것에 63%가 반대하고, 교회가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데도 과반 이상이 반대했다. 이것은 교인들이 기독교적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교회가 집단행동을 나타내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독교인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좋다’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34.6%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63.3%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구체적으로. 긍정 반응의 경우 ‘매우 그렇다’는 8.3%, ‘약간 그렇다’는 26.3%였고, 부정 반응은 ‘별로 그렇지 않다’가 34%, ‘전혀 그렇지 않다’는 29.3%로 상당히 높았다. ‘잘 모르겠다’는 2.1%에 그쳤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보에 대한 투표 여부에서 대한 ‘긍정’ 응답이 20대 28.3%, 30대 31.3%, 40대 34.4%, 50대 36.6%, 60대 이상 39.4%로 높아졌지만. ‘부정’ 응답은 60대에서 20대로 갈수록 높아졌다. 세대 간 다른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회가 기독교 가치에 맞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지’와 관련, 긍정은 31.7%, 부정 65.6%로 ‘공개적 지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중직자일수록 공개지지에 긍정적이었지만 서리집사, 일반성도일수록 부정적 반응은 컸다.

교회 규모로 봤을 때는 ‘공개지지’에 대해 ‘100명 미만 교회’ 교인들이 ‘100~999명’, ‘1000명 이상’ 규모 교인들보다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반대로 부정적 견해는 큰 교회일수록 높았다.

하지만 정작 ‘기독교적 관점에서 어느 후보를 뽑아야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그렇지는 않다’는 답이 67.2%로 ‘그렇다’는 응답 32.8%나 차이를 보였다.

기독교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본인에게 적용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는 반응으로 여겨진다.

조사를 실시한 지앤컴리서치의 지용근 대표는 “소형교회 교인은 기독교 신앙을, 대형교회 교인은 후보의 공약에 들어있는 기독교 가치를 중시했으며, 선거에 대한 기독교적 역할에 대해 소형교회 교인들이 더 적극적이었다”며 “기독교적 가치를 고려하는 경향은 교회 ‘중직자층’더 가장 강했다”고 분석했다. 

숭실대 김선욱 교수(정치철학)는 “기독교적 가치를 지향하는 인물을 선택하겠다는 신앙인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과거에 비춰보면 발전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독교적 가치에 따른 성숙한 정치판단을 하는 바람직한 기독교인이 늘고 있으며, 성숙한 시민으로서 정치판단과 차별화하고 수렴화하는 방향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 본다”고 평가했다.

▲ 설문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 지용근 대표가 구체적인 데이터와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인 표심에 목회자 영향 크지 않다”

설문조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목회자들의 영향력이 실제 교인들의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결과이다.

‘투표후보를 결정하는데 교회에서 설교 등 목회자로부터 얼마나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매우 영향을 받는다’는 3.7%, ‘약간 영향을 받는다’는 16.6%에 그친 반면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34.2%,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43.7%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10명 중 2명만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것이다.

직분별로 보면 중직자일수록 목회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응답했으며, 교회 규모가 클수록 이념성향이 진보적일수록 영향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 응답자들에게 대통령 후보가 지녀야 할 ‘기독교적 성품’ 중 ‘정직함’(44..8%)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책임감’(22.8%), ‘정의감’(11.6%), ‘희생정신’(8.8%), 포용력(‘8.3%’), 기타 (0.9%)로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의 결과는 ‘차기 대통령이 다뤄야 할 한국교회 최우선 과제’로 ‘종교인 납세문제’(26.2%)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국정교과서 올바른 서술(19%), 동성애문제(16.4%), 이단문제(15.7%), 이슬람문제(12.4%) 등보다 앞섰다.

또 ‘종교인 납세문제’에 대해 신앙적 깊이가 깊지 않고, 중직자보다 일반교인일수록 종교인 납세 중요도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만으로는 종교인 납세문제에 대한 찬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후보 선택을 위해 한국교회 과제들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비중은 53.6%로 절반을 넘어 ‘밝힐 필요가 없다’ 37.7%, 무어라 말할 수 없다 8.7%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입장표명 필요에 대해서는 100명 미만 교회 출석자, 교회 직분이 높고 보수성향 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차기 정권에 대한 기대는?

특히 직전 정권에서 발생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듯, 개신교인의 40%는 차기 대통령 최우선 과제로 ‘부패청산/사회개혁’으로 가장 높게 꼽았으며 ‘국민통합/화합’이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항목의 경우 20~50대까지는 ‘부패청산/사회개혁’이 가장 높았지만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국민통합/화합’ 응답률이 가장 많았으며, 교회에서는 중직자층이 ‘국민화합/통합’을 요구가 많은 반면 ‘서리집사’와 ‘일반성도’는 ‘부패청산/사회개혁’을 중요하게 선택했다.

이념적으로 봤을 때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부패청산/사회개혁’, ‘보수적’일수록 ‘국민통합/화합’을 더 중요한 과제라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젊은 세대일수록 현 세태 속 부패청산을 가장 중요하게 봤지만 나이든 세대들은 부패에 앞서 사회 갈등구조를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정치적, 이념적 성향 간 세대 차이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는 대목이다.

손달익 목사는 “부정부패에 대한 사회개혁과 함께 사회통합 비중이 높은 이유는 최근 우리 사회의 극단적 대립에 대한 우려도 같이 반영된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독신문 강석근 편집국장은 “젊은 세대는 먼저 적폐청산을, 나이든 세대는 먼저 국민화합을 선택했다”면서 “종교인 납세를 기독교 최우선 과제라고 선택한 것을 보면, 이제는 한국교회가 납세문제에 대한 하나된 입장을 내놓을 때가 된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김선욱 교수는 “이번 대선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과정 없이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또 전쟁 직전으로 가는 듯한 엄중한 외교적 시점에 놓여있음을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다만 신앙인들이 하나님에 대한 고민 없이 외부에서 주입되는 내용에 함몰되지 말고 하나님 나라를 고민하며 투표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 대한 기독교인 인식과 정치참여 설문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실시됐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정하는 ‘무선전화 면접 및 스마트폰 모바일앱’ 조사방법이 채택됐다. 표본은 지역과 성, 연령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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