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덕에 세 가지 평생비전 이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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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덕에 세 가지 평생비전 이뤄냈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7.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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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 아시아인 도서관 만든 전기현 장로
▲ 전기현 장로는 40년이 넘는 미국 이민생활 동안 교회와 아시아 이민자들을 위한 일에 힘써왔다. 그는 인생 후반기를 한인 디아스포라 네트워킹 사역을 후원하는 일에 헌신하기 시작했다.

“네가 책의 소중함을 알아주어 고맙구나. 책은 너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기쁨과 눈물,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준단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네가 책을 모아서 언젠가는 아시아 사람들을 위한 도서관을 열어주었으면 싶구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책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항상 책을 읽도록 강권했다. 책이 정말 싫었지만 유학 생활 중 우리말로 된 책을 봤을 때 아버지 생각이 나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버지에게 19장으로 된 편지를 보냈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짧은 답장을 보내주었다. 

40년째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전기현 장로는 부친의 당부대로 평생 아시아인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생활비를 아껴가면서 모은 돈을 집념에 가깝게 쏟아부었다. 단순히 한국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소외된 아시아 이민자들을 위한 도서관. 무료로 운영하면서 지금은 아시아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문화센터가 되고 있다. 그가 도서관을 만든 데는 하나님을 향한 그의 믿음이 자산이 됐다. 

아시아 서적 13만권 보유한 도서관
전기현 장로는 당시 95% 이상이 백인이고 학비도 매우 비싼 편인 르노아라인(lenoirline)대학에 초청을 받아 치열한 유학생활을 보내야 했다. 장학금을 위해서는 기준 학점 이상을 받아야했다. 당장 쓸 용돈이 없던 그는 한국에서 쌓은 수학 실력으로 다른 미국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었고, 이를 눈여겨본 교수가 장학금까지 제안하며 회계학을 추천해 평생 직업 공인회계사을 길을 걷게 됐다. 

부친이 제안한 아시아인을 위한 도서관 개관할 때는 직장인으로 회계법인을 다니던 1985년이었다. 근무하면서 번 급여를 조금씩 모아 책을 사들였다. 업무실적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면서 급여도 많아졌다. 그렇게 도서관 건물을 빌려 미국 최초의 ‘아시아 도서관’의 문을 연 것이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한 부탁이어서 아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흔쾌히 승낙해 주었습니다. 책이 많아지니까 임대한 건물에 넣을 수 없어서 집에만 4만권까지 보유했어요. 어느 날 미국인 친구가 2층 책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고 돌아간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창고를 빌려 책을 보관하면서 아까운 책 수 천권이 훼손되기도 했다. 결국 더 나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전 장로는 자신의 회계법인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전 직장에서 스톡옵션을 제안하며 3년만 더 일해 달라고 간청해 잠시 미뤘다. 아내도 기다리자고 조언했다. 결국 그 스톡옵션은 훗날 ‘아시아 도서관’을 매입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지금 사용하는 전체 건평 2만 평방미터, 3층 건물이 그 결과이다. 

전기현 장로가 거주하고 있는 샬롯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인도 있지만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미국 교회의 지원으로 ‘보트피플’ 베트남 난민들이 많이 정착한 곳이다. 

“길을 가는데 한 베트남 주민이 베트남어로 된 책이 없다고 저에게 하소연을 해요. 그래서 미국 전역을 베트남어로 된 책을 찾아 다녔어요. 그 때는 책을 구하기 어려웠거든요. 결국 LA 오렌지카운티에 베트남 책방 4군데를 찾아가 트럭으로 몽땅 실어온 적도 있지요.”

책은 쉽게 산 것은 아니었다.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가며 사 모았다. 기억으로는 7만권을 모으기까지 정말 어려웠다. 현재 장서는 13만 2천여권, 지금까지 520만불 약 60억원을 책을 사는 데 썼다. 정기회원만도 4300여명으로 연인원 5만명이 이용하는 문화센터로 자리매김했다. 

“하나님과 약속했으니 지켜야 합니다”
전기현 장로가 다른 사람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것은 오직 한 곳만 바라보는 신앙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에서부터 3대째 믿음의 가문에서 자란 그는 미국에서도 꾸준히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현재 출석하고 있는 샬롯한인장로교회는 창립 때부터 40년간 다니고 있다. 집에서 차로만 가는 데만 3시간 거리를 매주 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 생활 초기에는 미국인 교회에 다녔다. 어느 날 샬롯한인장로교회를 개척한 최태식 목사가 한인교회 사역을 제안해 시작을 함께했다. 당시에는 왕복 8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매주 빠지지 않고 봉사했다. 교인이 230명까지 늘면서 임직자 투표를 하게 됐을 때는, 당시 35살 나이에 혼자 장로에 당선될 정도로 교인 간 신망도 두터웠다. 

신앙생활도 도서관을 만든 만큼이나 꾸준했다. 샬롯한인장로교회가 부흥하면서 미국교회를 빌려 사용하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돼 새 건물을 매입할 필요가 생겼다. 그러나 공짜로 교회 건물을 빌려쓰고 있을 때여서 대부분 교인들은 반대가 많았다. 임대료를 내지 않게 된 것도 폭설로 아무도 교회에 오지 못할 때 8시간을 달려와 마당의 눈을 쓸고 있는 전 장로 가족의 모습에 감동한 미국 교회가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결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장로는 더 나은 사역을 위해 예배 당이 필요하다고 봤다. 매입비용은 자신이 보증을 서 마련했다. 제 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7만불에 매입한 건물은 6개월도 채 안 돼 25만불로 올랐고, 20년간 사용하다 100만불에 매각했다.   

다민족 교회를 지향하며 새 예배당을 짓게 됐을 때에도 전 장로는 건축비를 감당했다. 돈을 모으면 본인의 헌신으로 온전히 예배당을 짓겠다고 한 하나님과 약속 때문이었다. 18년 살던 집을 팔아 10억원, 은퇴자금 9억원을 헌금하고 은행융자 380만불(현재 42억원)을 빌렸다. 

“기독교는 희생의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돌아가셔서 영생을 얻은 거잖아요. 눈에 보이는 교회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과 제가 한 약속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지키려고 한 것인데 아내 역시 같은 생각으로 결단해주어 정말 감사했지요.”

무모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전 장로의 말대로 그것은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한 믿음이 밑바탕이 됐다. 10년 동안 은행융자를 갚아 이제는 약 10억원이 남았다고 한다. 

중단없는 헌신, 이제는 한인 디아스포라로
전기현 장로는 칠십 세가 넘은 나이에도 새로운 희생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Chun university)를 설립해 기독음악과 기독교육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전액 지원하기 시작했다.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학생은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 된다. 

또 전 장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역은 전 세계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엮어내는 사역이다. 지난해부터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후원회장을 맡아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뒷받침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전 장로는 세기총 사역을 위한 후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애쓰고 있다. 특정 리더십에 재정을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 안정적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매달 100달러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50명을 모았고, 앞으로 100명 목표를 이룬다면 보다 안정적인 사역이 가능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기총은 전 세계 대륙별 한인 디아스포라를 네트워크 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이 일을 위한 중요한 배경이 될 전망이다. 

전 장로는 인생을 회고해보면 이루고 싶었던 세 가지를 다 이루었다며 하나님께 감사를 올렸다. 차별받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든 것, 반드시 돈을 벌면 예배당을 지어야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민자 생활을 해보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직업 중 변호사라고 생각해 3명의 자녀를 모두 변호사로 길러낸 것이다. 
그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는 고린도전서 11장을 붙들고 살아간다. 

“저는요, 성경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면 되고 하라는 것은 하는 신앙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믿음은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우리는 믿는 대로 주님만 보고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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