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여름수련회, 자유와 해방의 영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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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여름수련회, 자유와 해방의 영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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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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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47)

이제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될 시기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은 모처럼 팍팍한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고등학생들부터 여기저기 학원을 기웃거리고, 부모들도 경쟁심리에 몸이 달아 삼삼오오 스터디그룹을 만드느라 부산하다. 어느 아파트 단지 어머니회에서 듣자니 스터디그룹에 들지 못하면 그 낭패감이 상당하다고 한다. 무한경쟁이 교육에서만큼은 절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그야말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습이니 쉽사리 개혁도 어렵다. 과거시험에 보란 듯이 붙어, 어사화 쓰고 고향에 꽃가마 타고 내려오면 이야말로 입신양명이요 가문의 영광이요 집안의 자랑이었다. 과거급제가 부모에 효도하는 길이며 인생지로에 성공이라 여겼던 시대 유산이 지금은 과열되어, 급기야 입시지옥이란 자조적 표현이 생겼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되고 험난한 과정이겠는가.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학생들이야말로 나라의 미래인데 우리는 교육현실을 얼마나 고심하며 변혁하려 하는지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방학이 방학다워야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교회는 교회마다 수련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신앙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련회에 가서 쉬고 싶고, 조용히 생각도 하고,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한껏 여유를 갖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교회교육 역시 막강한 프로그램으로 무장되어 있다. 교육학 전문교역자의 탄탄한 기획이 학생들을 압도한다. 아침부터 취침까지 시분일초도 아낌없이 짜여져있다. 거기에 군기반장도 세워져 한 치의 오차나 일탈이 있어선 안된다. 왠만한 군기교육대 이상간다.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수련회에까지 가서 엄격한 훈련에 버금가는 교육을 해야하는가 고민이 된다. 

학교에서 쉬지 못한 학생들이 교회 수련회에서조차 쉬지 못하고,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재고되어야 한다. 신앙교육이라는 훌륭한 명제는 옳다. 하지만 명분을 앞세워 혹 학생의 내적 요구를 망각하고, 신앙훈련과 연단이라는 명목으로 또다른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시간이 되어선 안되겠다. 교회 수련회는 시편 23편의 이미지처럼 여유롭고 자유로우면 안될까. 푸른 초장에 자유로이 풀 뜯을 수 있는 양처럼 한가하고 안온히 지내면 안될까.

꽉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압박하지 말고, 보다 더 자유롭게 해방감을 만끽하게 하면 안될까. 수련회는 신앙교육에 참으로 중요한 기회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일상에서 느끼는 교육 경쟁에서 해방되어 신앙의 참맛을 체험하고 일상의 압박을 이길 수 있는 영적 충일이 이뤄지게 한다면 수련회는 본래 의미를 회복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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