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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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9.20 1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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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개척행전(5) 천안 중보교회 신승근 목사

대만-캄보디아를 넘어 일본-미얀마까지 품기로

어린이합창단 ‘노래하는 포도나무’ 창단해 활동

천안 봉명역. 건너편으로 조금 걸어 찾은 중보교회(담임: 신승근 목사)는 동네 허름한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개척 교회였다. 하지만 연두색으로 꾸민 강단과 등받이가 달린 접이식 의자는 산뜻했다. 공기도 상쾌했다. “지하실 같지 않다. 깨끗하게 잘 꾸며졌다”고 하자, “인테리어를 잘 하는 부목사님이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예수님도 목수였으니, 목사가 목수일을 잘 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회가 있는 지역은 묘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개인 주택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림의 떡(?). 오른쪽 대단지 아파트는 기찻길로 나뉘어져 있어 쉽게 건너올 수 없고, 왼쪽 아파트 단지는 그들만의 동네로 존재한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을 만나기 어려운 건 수도권이나 여기나 마찬가지인 듯 하다.

▲ 중보교회는 선교지향적 교회다. 작은 개척 교회지만 대만(위)과 캄보디아(아래)로 해외 단기선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선교지향적 개척 교회

이 작은 개척 교회는 ‘선교지향적 교회’다. 이러기를 벌써 10년째. 하지만 여느 개척 교회들이 그렇듯 지하 교회 상태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도 힘들다. 그렇다고 제자리 걸음만 하는 건 아니다. 재정도 조금씩 안정돼 가고, 청년들만 출석하던 교회에서 이제 성인 가정들도 출석하는 형태로 바뀌어간다.

그러나 중보교회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선교지향적 교회’. 신승근 목사는 이런 변화들이 선교를 통해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말한다. “근래에 교회 앞집으로 이사와 등록한 가정도 우리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라는 걸 알고 자녀들과 함께 등록한 가정입니다.”

중보교회는 대만과 캄보디아 선교를 한다. 앞가림도 못하는 작은 교회지만, 신 목사와 교회의 생각은 달랐다. 선교를 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회와 재정이 안정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개척 1년 만이었다. 올해로 10번째, 지난 7월에 대만으로 단기 선교를 다녀왔다. 캄보디아 선교는 4년째 되던 해 시작했다. 선교에 동참하던 청년 1명이 캄보디아에 관심을 갖더니 결국 캄보디아 선교도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매년 대만과 캄보디아 선교를 진행한다. 버겁지만 빼놓지 않는다.

“지난 7월에 있었던 대만 선교에는 35명이 참여했습니다. 지역에 있는 12개 교회가 함께했는데, 지역 교회와 연합으로 선교를 하면서 더 큰 비전을 봅니다. 이제 일본과 미얀마까지 그 지경을 넓혀가기를 기도합니다.”

# 10년 동안 이어온 해외선교

해외 선교를 위한 ‘재정 원칙’은 두 가지. △1주일 지낼 비용은 무조건 20만 원으로 책정 △현지 교회에서 먹고 잔다 등이다. 그렇다고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필요한 재정은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다. 선교를 위한 바자회가 열리면 식당을 운영하는데, 지역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이 찾아와 도움을 준다. 이렇게 마련되는 재정은 평균 200~250만 원. 빠듯한 살림이지만 하나님은 그래도 10년 동안 해외 선교가 이어지게 하셨다.

대만과 캄보디아 선교는 어린이 사역에 집중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를 여는데, 한국어와 노래 배우기가 중심이 된다. 오전에 진행하는 노래 배우기와 한국문화 체험에서는 닭싸움, 윷놀이, 한국음식 만들기, 한복 입기 체험 등을 하고, 지난 월드컵 때는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면서 유니폼을 기증했다. 저녁에는 말씀집회를 열어 워십과 드라마를 통해 전도한다. 요양원과 특수 병원을 방문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 중요 사역이다.

▲ 중보교회는 아직도 외부의 지원을 받는 작은 교회지만, 선교하는 교회, 지역을 품는 교회,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건강한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신승근 목사 부부.

# 신학생 보듬기

중보교회는 신학생을 보듬는 교회로도 유명하다. 교회를 개척하기 전, 나사렛대학교 기숙사 사감을 했던 신 목사가 청년들의 마음을 잘 읽고 보듬기도 하지만, 책을 살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었던 이유도 한몫을 한다. 청년들이 주축이 된 교회로 시작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나사렛대학교에 가면 신 목사의 얼굴은 몰라도 중보교회 이름을 아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기도했던 것이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돕는 교회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교회 청년이 도서상품권을 헌금한 적이 있는데, ‘이걸로 신대원 학생들에게 책을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죠.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그 학교의 교수를 만났고, 장학헌금 명목으로 구약 과목 교재를 사서 선물했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8월에 진행하는데, ‘좋은 목회자가 돼달라’고 이야기하면서 책을 선물합니다. 올해로 8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은 4개 교회가 연합해서 이 일을 합니다. 한 해 두 해 진행되면서 신학생들이 저를 비롯한 목회자들의 얼굴은 몰라도, 우리가 하는 사역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고마워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 목사는 신대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건강한 청년들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좋은 목회자로 성장해 한국 교회를 이끌어가기를 기도한다.

# 지역 교회와 함께 사회 품기

▲ 지역 교회와 함께 꾸려가고 있는 어린이합창단 ‘노래하는 포도나무’.

놀라운 일은 또 있다. 웬만한 규모의 교회에서도 하기 힘들다는 어린이합창단을 만들었다. ‘노래하는 포도나무’. 2012년 13명으로 출발했던 포도나무합창단은 지금 23명의 규모로 성장했고, 지역의 교회들이 동참하면서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어린아이들은 ‘포도나무’, 청소년들은 ‘오렌지’, 청년들은 ‘올리브’로 부른다. 요양병원과 작은 교회들을 방문하는데, 1년에 한 번 정기 연주회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해와 올해는 대만선교팀과 함께했고, 올해는 어린이 캠프에 초대를 받아 공연했다.

수리하고 보수해야 할 교회와 가정을 돕는 일도 사역 중의 하나다. 든든한 인테리어 담당자가 있어서 가능한 일. 인테리어 업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부목사가 손 봐야 할 시골 교회와 교인들의 집을 수리했다. 보수해야 할 부분이 있거나 필요한 기구가 있으면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상반기에는 교회, 하반기에는 가정에 인테리어 공사 지원을 하는데, 3백만 원 정도의 경비 또한 중보교회가 지원한다. 아쉽다면 이 일이 중단됐다는 것. 조만간 다시 가동하는 것이 기도 제목이다.

# 힘들지만 자랑스런 권리

중보교회는 현재 네 식구의 집사 한 가정, 30대 청년, 20대 청년, 교회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30명 정도가 모여 예배를 드린다. “기도의 제목이 뭐냐?”는 질문에 “선교의 지경이 더 넓어지는 것”이라고 신 목사는 대답한다. “선교를 돕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선교지가 현재의 대만과 캄보디아에서 일본과 미얀마로 확장되기를 계획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 목사는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한다. 청년들이나 교인들에게 떠넘길 수도 있지만, 이런 사역들 외에 교회 청소도 하고, 주보도 혼자 만들고, 금요 기도회도 직접 인도한다. 피아노 반주는 아내가 한다. 교인들은 오로지 기도하고 예배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늘 초심을 잃지 않고 목회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다시 힘을 내기 위해서다.

“우리 교회는 규모가 작고 아직도 월세를 냅니다. 그리고 아직 외부의 도움을 받는 교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크게 움직입니다. 해외 선교, 신학생 돕기, 지역사회 끌어안기 등의 사역들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교회 구성원들 모두가 힘을 냅니다. 우리 교회가 하는 일들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고, 그 일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의무이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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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2017-09-20 11:04:43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중보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