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 – 요한교회의 ‘유쾌한 동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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벧엘 – 요한교회의 ‘유쾌한 동거’ 이야기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9.2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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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하는 요한교회에 사용 제안

두 교회가 함께하는 새벽기도회 10월 진행

한 지붕 아래 문패가 두 개 내걸렸다. 아니 세 개다. ‘벧엘성서침례교회’, 그 옆에는 ‘요한기독학교’. 그 아래에는 ‘요한서울교회’ 간판이 걸렸다. 세를 주더라도 문패는 걸지 못하게 하는데, 여긴 아니다. 있는 대로 다 걸게 했단다.

소문을 듣고 벧엘성서침례교회를 방문하기 전, ‘그냥 교회 공간을 나누어 쓰는 정도겠지’ 생각했다. 막상 도착해서 보니 생각 이상이었다. 교회에 더해 기독교 대안학교인 요한기독학교가 있었고, 더 놀라운 것은 공간을 나누어 쓰는 교회가 그 공간을 빌려준 교회보다 규모가 더 컸다. 작은 교회가 큰 교회를 품은 것이다.

#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 살기

현상웅 목사(벧엘성서침례교회. 44세)와 백상욱 목사(요한서울교회. 52세). 한 지붕 두 교회의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이름도 비슷했다. 현 목사는 올해로 44년 된 이 교회에 5년 전 부임해 동사목사로 일했고, 2년 전 위임목사가 됐다. 백 목사는 23년 된 요한서울교회에 3년 전에 부임했다.

1년 반 정도 두 교회가 동거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요한서울교회가 상가 건물을 허물고 교회를 건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건물을 내준 벧엘교회 현 목사는 “요한교회가 우리 교회보다 10배 더 크다”며 웃는다. 주객이 전도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하지만 동거는 아름다웠고, 교인들 또한 진정한 교회,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무엇인지를 실재로 살아내고 있었다.

▲ 요한서울교회의 교회 건축으로 인해 벧엘성서침례교회(담임:현상웅 목사. 왼쪽)와 요한서울교회(담임:백상욱 목사. 오른쪽)는 1년 반 정도 동거하게 됐다. 이렇게 동거하면서 그리스도의 몸과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됐다.

그렇다고 두 목회자가, 그리고 교회가 서로를 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었다. 불과 10개월 전인 지난해만 해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얼굴도, 교회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즐거운 동거인이 됐다. 현 목사의 제안은 전격적이었다. ‘좋은동네만들기교회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가진 몇몇 목회자들의 모임에서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 백 목사의 말을 들은 현 목사는 말했다. “우리 교회, 편하게 사용하십시오.” 부탁을 받은 게 아니었다. 먼저 제안했다. 백 목사는 “귀를 의심했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천사의 동아줄이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표했다.

걱정거리가 해결됐지만 교인들이 모두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남의 집 살이가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벧엘교회에서 예배 드리기 한 달 정도를 남겨두고 상가를 얻어서 예배를 드리자는 이야기도 나왔고, 불편해하는 말들도 있었다. 출석 교인 수가 10배 정도 많은 요한교회가 작은 건물의 벧엘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니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닐 터. 하지만 지난 9월 첫 주 예배를 드리고 나서는 모든 불만들이 사라졌다. 간이의자를 더 놓고 예배를 드려야 했지만, 예배와 교육을 위한 모든 공간이 만족스러웠고, 함께하려는 벧엘교회 교인들의 배려와 섬김으로 인해서다.

# 빈 시간과 공간 나누어 사용

그렇다면 이 교회들은 어떻게 생활할까. 주중 교회 공간들은 주로 요한서울교회가 사용한다. 요한기독학교의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화요 기도회와 수요 여성예배, 새벽예배를 드리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문제는 주일. 하지만 이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교회 1층에서 벧엘교회가 오전 9시 30분 청소년 예배를 드리고 나면, 뒤를 이어 요한교회가 교회학교 예배를 드린다. 영아부와 유치부, 어린이부와 청소년부 예배가 11시에 1층 모든 공간에서 동시에 드려진다. 같은 시간, 2층 본당에서는 벧엘교회가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점심식사와 교제 모임이 끝난 후인 오후 2시와 4시에 요한교회가 주일 예배를 드린다. 벧엘교회는 공간을 양보했고, 요한교회는 주일예배 시간을 오후로 미뤘다. 빈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다.

현 목사의 이런 제안은 오래 전부터 기도해오던 것이었고, 5년 전 교회에 부임할 당시부터 이야기했던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이었다.

“우리 교회를 오픈해서 지역 문화의 허브가 되고,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왔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 1층 공간을 새롭게 단장할 필요가 있었는데, 우리 교회 살림으로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꿈꾸고 기도했던 것들이 응답됐습니다. 요한교회가 요한기독학교의 학년별 수업을 위해 1층 공간 전체를 리모델링한 겁니다.”

벧엘교회는 이것도 모자라 동네 사람들에게 화장실도 개방한다. 교회 입구에 화장실을 안내하는 표지가 붙어 있고, 광진구라는 글씨도 새겨 넣었다.

# 혼자였던 교회에서 함께하는 교회로

벧엘성서침례교회는 44년 된 교회. 그리고 늘 혼자 있는 교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교회의 동행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것을 아는 교회,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경험하는 교회가 됐다. 현 목사는 “지금까지 ‘우리 교회, 우리 교회’ 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이제 함께하면서 배려하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일부분으로 이 일을 이해해준다”며 고마워한다. 서로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배우고, 서로 불편을 끼치지 않게 하려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연합이 무엇인지를 배워간다.

요한서울교회도 23년 된 교회다. 하지만 요한교회보다 규모가 작은 벧엘교회가 안방문을 열고 자신들을 받아준 데 대해 고마워한다. 백 목사는 “우리 교인들이 ‘이것이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고 배운다. 이번 일을 통해 주님의 교회를 새롭게 보는 눈이 열렸다. 이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배운다”고 말한다.

벧엘성서침례교회와 요한서울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길도 열었다. 두 교회가 함께 기도하기로 했다. 10월 16~20일 진행하는 ‘연합새벽기도회’. 교인들 모두가 함께하는 새벽기도회다. 이에 대해 백 목사는 “한 건물 두 교회이지만 하나의 교회가 되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기를 원한다. 어려움도 함께하는 토양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지역의 교회들과 강단 교류도 하기로 했다. 서로 모르는 교회들처럼 지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강단을 비워 다른 교회 목회자를 세우기로 했다. 이 새벽기도회에 지역 교회의 목회자를 초청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와 함께 가을에 바자회도 구상하고 있는데,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고,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이런 일들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안 가 본 길이어서 계속 길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인큐베이팅 교회가 되고 싶다

요한서울교회는 내년 말 정도면 벧엘교회를 떠난다. 하지만 현 목사는 벧엘교회가 인큐베이팅 교회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한다. “또 다른 개척 교회가 언제든지 우리 교회로 찾아오기를 원합니다. 주 안에서 즐겁게 동거하고, 그래서 건강한 교회로 성장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지역에 있는 교회라면 더 좋겠습니다.”

현상웅 목사의 이런 마음을 백상욱 목사가 받았다. “우리 교회가 6층 건물을 짓는다. 새로 건축되는 교회는 우리끼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라는 걸 일깨우기 위해 이런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백 목사는 말한다. 그리고 “한 건물 안에 여러 교회나 선교 단체들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여기서 함께 사용하면서 공간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주시는 교훈이고 숙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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