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의 문화칼럼]‘대심문관’, 오늘의 기독교를 예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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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대심문관’, 오늘의 기독교를 예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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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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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대심문관>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형 이반이 동생 알료샤에게 자신의 이야기로 들려준 내용이 한 편의 격자소설(소설 속 소설)로 등장한다. 이반이 종교에 반감을 가진 현실주의자라면 알료샤는 수도원으로 들어가려는 진지한 종교성을 갖고 있다. 형은 동생에게 종교의 현실을 직시하라며 이야기를 꺼낸다.

중세시대 스페인의 한 도시, 이교도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상황 속에 예수로 보이는 자가 나타난다. 사람들이 예수가 왔다고 소란을 떨자 결국 소요죄로 감옥에 갇힌다. 그러던 어느 밤 대주교가 그를 찾아온다. 대주교는 예수를 알아본다. 여러 대화 끝에 그는 예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그 옛날 우리에게 모든 권한을 주지 않았소. 그동안 우리가 당신의 뜻대로 잘 다스려왔는데 이제 나타나서 이 혼란을 초래한단 말이오. 그러니 그냥 돌아가주시오.’ 예수는 대주교에게 조용히 입을 맞추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간다는 결말이다.

과연 지금 시대의 교회를 보시면 예수께서는 뭐라 하실까. 트럼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의 보수주의 계열의 정치인들은 전쟁을 외친다. 적을 설정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나님의 뜻에 전쟁 보다 평화가 먼저 존재한다는 것은 읽지 못한 듯하다. 마치 사탄과의 종말론적 전쟁에 나서는 마지막 상황처럼 그렇게 전쟁을 포장한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보수교단에 속한 이들일수록 전쟁을 언급한다. 전쟁보다 평화! 왜 이 원리가 그들에게는 낯선 것일까.

예수께서 오늘 한국 교회에 오신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모든 교회가 ‘오 주님 어서 오시옵소서’하고 반갑게 맞이할까. 아니면 대주교처럼 시큰둥하게 대할까. ‘한국교회가 문제없이 잘 성장하고 있는데, 예수님이 오셔서 뭐라 지적하시겠습니까.’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현 상황에서 예수님은 뭐라 말씀하실까. 기복신앙으로 흐르는 신앙생활, 축복과 평안으로 인기 영합하려는 설교, 절대 권력의 담임목사, 관료주의화 되어가는 상명하달식 직분제도, 막가파식 세습강행, 여성비하 남성위주의 교권제도, 젊은 층 이탈에도 전통에만 젖어있는 교권주의 등등. 과연 주님은 뭐라 하실까. <대심문관>처럼 교권주의자들에게 조용히 입 맞추시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실까. 아니면 붙들고 통곡하실까. 하늘에서 이런 천둥이 크게 울리리라.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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