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은 아름다움 넘어 복음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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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은 아름다움 넘어 복음을 담아야 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1.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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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춘 소장, 3차 성락성결 예배 콜로키움에서 발제
▲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 3차 모임이 지난 25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렸다.

"건축이나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교회라면 비잔틴양식으로부터 유래된 중앙집중식 예배 공간을 고려 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 소장은 지난 25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열린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예배 신학과 건축학의 만남’을 주제로 발제한 정 소장은 “교회 건축과 예배 공간 디자인은 교회와 예배의 신학과 실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예배자의 교제와 참여를 도모하는 예배공간 배치를 주장했다.

 

아름다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 소장은 건축과 신학, 그리고 예배신학과 건축학의 만남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교회 건축의 형태와 공간은 아름답고 창조적이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교회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의도를 드러내는 상징적 도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배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신 하나님과 만나는 장소이니 만큼, 그 형상과 빛, 색깔, 질감 등 시각적 요소들과 소리 등을 통해 그분의 임재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

정 소장은 이와 관련해 “예배 공간의 구성과 배열, 예배 중심(강단)과 회중석의 관계, 설교단, 성찬상, 세례반 등의 위치와 모양, 그리고 찬양대의 위치와 방향 등은 예배에서 그것들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상징들”이라며 “성찬상을 벽에 붙여 놓느냐, 회중 앞에 두느냐에 따라 성찬은 중세의 미사처럼 희생제사가 되기도 하고, 종교개혁자들의 예배처럼 교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예배 공간의 디자인과 관련한 정 소장의 발제 가운데 참석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비잔틴 양식으로부터 유래된 ‘중앙집중식 예배 공간’에 대한 언급이었다. 그는 예배공간의 대표적인 평면 형태와 배열로 △바실리카양식으로부터 유래된 종축형 예배공간과 △비잔틴양식으로부터 유래된 중앙집중식 예배공간을 소개했다.

종축형 예배공간은 오늘날 로마 카톨릭은 물론 대부분의 개신교 교회들이 선택하고 있는 방식으로, 폭에 비해 길이가 긴 직사각형의 평면 안에 입구와 그 반대 측에 설치된 강단이 놓인다. 세로축을 따라 난 중앙 통로 양측에는 회중석이 나란히 놓인다. 여기서 회중들은 멀리 떨어진 강단과의 관계 속에서 ‘개인적인 예배자’가 되고 만다.

“예배자들 사이의 상호관계(교제)는 거의 무시된다”는 게 정 소장의 설명이다. 또한 “강단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후반부의 회중석에 있는 예배자들은 예배에의 참여도와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따라서 이 예배 공간 형식은 종교개혁자들이나 20세기 예전운동가들에 의해 배척되었다”고 말했다.
 

마주보고 느끼는 공동체적 배열

반면 비잔틴양식으로부터 유래된 중앙집중식 예배공간에서 회중은 원이나 팔각형 정사각형 등의 중심형 평면이나 가로가 더 긴 사각형 평면 중심에 놓인 성찬상 주위를 둘러앉는다. 이 방식은 회중들이 성찬상을 초점으로 동심원 형태로 배열되어 마주 보고 느낄 수 있는, 매우 공동체적인 공간배열로서 매우 친교적이며 축제적인 공간배열이다. 성찬 집례자의 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참여 문제가 있으나, 예배 중심을 한쪽 벽에 두고 반원형 또는 ‘ㄷ’자로 앉는 배열이 20세기 초에 개발되면서 많은 교회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정 소장은 “이 방식은 설교 중심 예배로 성찬을 일 년에 몇 번 밖에 하지 않는 대부분의 개신교회에서는 채택하기 어려운 방법이지만, 최근 개신교 안에서 말씀과 성찬의 균형 잡힌 예배로의 갱신을 주장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 교회당을 건축하거나 예배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교회들은 이 방식을 신중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권유했다.

정 소장은 이와 더불어 “설교 중심의 개신교 예배(특히 부흥집회)를 위해 19세기에 미국에서 개발됐던 부채꼴 평면의 강당형 예배공간은 집중성을 높이는 효과는 있으나, 여전히 회중은 예배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하나님과 개인적인 만남으로 남는다”며 “관객석과 분리된 무대와 유사하게 회중석과 분리된 강단을 도입함으로써 성소적 성격을 가진 성직자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앙집중적 배열의 경우 △예배의 공동체성 △회중의 근접성 △접근성 △가시성 △가청성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며 “동시에 예배 안에서 모두가 예배자로서의 평등성과 민주성을 표현하고, 회중의 집중도를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이날 정 교수는 조잡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장식, 냉난방, 환기, 조명, 소방, 음향, 영상 등 각종 설비의 기구들은 예배자의 시선과 마음을 혼란시키므로, 꼭 필요한 요소 외에는 예배 공간에서 제거할 것과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설비 기구들은 예배자의 시야에서 가리거나 질서 있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것을 당부했다. 특히 “예배 공간 디자인은,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자신을 드러내려고 의도하면 할수록, 예배 공간을 예배에 부적합한 공간으로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정 소장에 이어 성공회대학교 이정구 총장이 ‘미래시대의 교회 건축’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총장은 “4차산업이 본격 도래하면 예배당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가능한 만큼 준비를 해야 한다”며 “향후 예배공간은 한 교회 안에서 다양한 예배의 진행을 위해서 다수의 다양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교회 갱신을 위한 예배 콜로키움은 ‘예배의 본질로, 교회의 갱신으로’를 주제로 성락성결교회(담임:지형은 목사)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 오고 있으며, 이번이 3차 모임이었다. ‘현장 목회자 논의’를 주제로 열리는 마지막 4차 모임에서는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와 국수교회 김일현 목사 엘림교회 주영 목사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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