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헌금 이유가 교회를 못 믿어서?
상태바
온라인 헌금 이유가 교회를 못 믿어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5.21 2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해봅시다-온라인헌금

형태 변하더라도 예배와 분리되지 않아야

얼마 전 동료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즉석 토론이 열렸다. 주제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 헌금.’ 교회 안에 헌금을 위한 ATM을 설치하는 것을 두고 ‘낯설다’, ‘상업적인 인상을 풍긴다’는 반대 의견과 “매체만 바뀌었을 뿐 헌금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찬성의견이 맞섰다. 

특히 적극 찬성하는 근거로 “입출금 내역이 온라인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헌금 사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말은 인상 깊게 남았다.

자리를 파하고 곰곰이 대화 내용을 복기해봤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란 탓인지 여전히 헌금만은 경건하게(?) 드려야 한다는 쪽으로 맘이 기울었지만 한 구석에 찜찜함이 남았다. 왜 일까. 궁금한 마음에 관련 서적을 뒤져봤다. 

봉헌은 과거 초대교회에서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외형을 바꿔왔다. 토마스 오덴은 ‘목회신학’에서 봉헌의 의미와 변천사를 설명했는데 초대교회에는 ‘떡과 포도주’로도 봉헌을 했다고 한다. 떡과 포도주는 신자들의 수고를 통한 봉헌을 대변했고 목사는 성령께서 이 모든 예물에 복을 주어 성례전으로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떡과 포도주는 성만찬을 위한 필수 재료였고 성만찬은 곧 봉헌이었던 셈이다. 성만찬은 그리스도와 더불어 교회 공동체가 한 몸을 이루는 시간이다.

지금은 어떤가. 오늘날의 봉헌물은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화폐로 바뀌었다. 5년 내로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한다는 스웨덴같은 나라는 일찌감치 온라인 헌금이 자리 잡았다. 혹자는 미래에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헌금을 예측할 정도이니 ‘전통’만 가지고 ATM 헌금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ATM 헌금의 논리로 ‘교회 재정의 투명성’에 방점을 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온라인 거래 내역이 남으면 투명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그 저변에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있다. 교회 공동체를 믿지 못하는 것이 온라인 입금을 강화시키는 논리라면 위험하다. 

최선을 향해 가야 할 교회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교회는 제도에 의존하여 형성되는 집단이 아니다. 진정한 교회다움은 자발적인 헌신과 신뢰를 기초로 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앤디 스탠리는 ‘헌금의 기쁨’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드린 헌금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두려움도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초대교회는 서로 가진 것을 다 내어놓고 서로의 삶을 나눴다. 그 안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실천신학)는 “ 현찰로 하느냐 온라인으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다만 헌금을 드리는 방식이 공동체나 예배와 분리돼선 안 된다. 더 나아가 헌금이 ‘회비’로 변질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