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헌신한 필리핀 선교사…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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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헌신한 필리핀 선교사…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구금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6.2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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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모 선교사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구금
석연찮은 수사 과정, ‘셋업 범죄’ 기획 의심돼
▲ 백영모 선교사

필리핀에서 18년째 사역 중인 선교사가 불법무기 소지 혐의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2001년부터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백영모 선교사는 지난 5월 30일 마닐라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체포 사유는 불법 총기와 폭발물 소지 및 취급 관련 혐의다.

백 선교사는 현재 혐의를 강력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마닐라 동쪽 끝 안티폴로시티 경찰서 유치장에 20일 넘게 구속 수감된 상태다. 안티폴로시티 유치장은 세 평 남짓한 공간에 층을 나눠 70명을 수용하고 식사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2017년 12월 15일 기성 교단이 후원하는 한우리선교법인의 옆 건물인 필리핀국제대학(PIC) 앞으로 수색영장이 날라 왔다. 그런데 경찰은 GMA7 방송국 카메라까지 동원하고 수색영장이 발부된 PIC가 아닌 한우리선교법인을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등록되지 않은 총과 총알, 수류탄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백 선교사 측은 불법 무기 소지 사실이 없음은 물론이고 수사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다수 포착됐다며 ‘셋업 범죄’ 가능성을 의심했다. ‘셋업 범죄’란 필리핀에서 총기나 마약류 등을 당사자 몰래 소지품에 넣고 그것을 빌미로 체포한 뒤 금품 등을 요구하는 악질적 수법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백영모 선교사는 무기가 발견된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이 아닐뿐더러 거주하지도 않는다. 백 선교사와 법인의 관계는 법인의 땅 소송 문제를 교단으로부터 위임받아 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것이 전부다. 그런데 한우리선교법인에서 발견된 무기를 이유로 백 선교사를 체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수사 과정도 석연찮은 점이 많다. 필리핀 경찰은 한우리선교법인의 옆 건물인 PIC에 수색영장을 발부하고서 뜬금없이 법인 건물을 수색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대동했던 지역 방송 카메라에도 무기를 직접 발견하는 장면은 없었고 발견된 무기를 테이블에 정렬해 놓은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은 불법 무기가 한우리선교법인 건물 중 정확히 어느 곳에서 발견됐는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백 선교사는 소명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갑작스레 체포됐다. 수색영장을 비롯한 모든 출두명령서와 공문이 한우리선교법인 주소가 아닌 PIC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PIC는 물론 한우리선교법인에도 거주하지 않는 백 선교사는 법원의 소환장과 출두명령서 한 장도 전달받지 못하고 소명기회를 잃어버렸다.

▲ 백영모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왼쪽 네번째)가 경찰청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백 선교사의 아내 배순영 선교사와 기성 교단은 억울하게 구금된 백 선교사를 즉시 석방할 것을 호소하면서 22일 경찰청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날 탄원서 제출과 기자회견을 위해 긴급방한한 배순영 선교사는 “딸 아이는 졸업식을 하루 앞둔 자신의 학교에서 아빠가 강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은 이번 일로 엄청난 혼란과 고통 속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양한 채널과 외교적, 정치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백영모 선교사를 무섭고 참혹한 감옥에서 구해주시기를 존경하는 대통령님과 경찰청장님,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고 요청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기성 윤성원 총회장은 “18년째 필리핀에서 가난한 이웃을 돕고 봉사하며 사랑과 정의를 전하는 데 일념한 백 선교사가 총기 범죄를 이유로 구금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국민 여러분과 우리 정부, 그리고 필리핀 정부 당국이 백영모 선교사가 석방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배순영 선교사는 이번 사건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렸으며 22일 오후 현재 2만5천 명이 넘는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청원 참여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273112)에서 할 수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백영모 선교사 석방 촉구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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