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장비보다 사람에게 투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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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장비보다 사람에게 투자해주세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8.07.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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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주는 목사들’ 첫 모임 동행 취재

대접 받는 것에 익숙했던 목사들이 교인에게 밥을 산다고 했다. ‘밥 사주는 목사들’. 호기심이 발동했다. 다섯 명의 목사(사실은 세 명의 목사와 두 명의 전도사)들이, 그것도 이중직 목회자들이 없는 돈을 털어 밥을 산다는 것이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껏 식사 대접을 받는 것에 익숙했던 목회자들이 반대로 성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직장생활에서의 고충과 이야기를 들어주는 힐링 토크입니다.”

첫 모임에 동행 취재를 요청했다. 2주 후, “26일에 첫 모임을 갖는다”는 답이 왔다. 장소는 의외로 멀었다. 경기도 용인시. 저녁 7시, 다섯 명의 목회자들과 한 명의 평신도가 참석했다.

밥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연 목회자들 모두 이중직. 지난 해까지 청원경찰을 했었던 한 명은 현재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두 명은 보험설계사, 한 명은 생수 대리점, 한 명은 목회 쪽 비중이 강한 이중직이다. 일산과 평택, 인천에서 용인까지 한걸음에 달려왔고, 늦은 일과를 끝내고 생수가 가득 실린 트럭을 타고 와 합류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강훈 목사(침례교. 보험설계사), 황금중 전도사(합동. 보험설계사), 신찬수 실장(하선미디어 대표), 이승현 목사(통합. 평택 함께가는교회), 김디모데 목사(기하성. 예하운선교회 대표). 손영상 전도사(백석. 생수대리점 대표)는 늦게 합류했다.

# 장비보다 교육-인력 인프라 구축 중요

밥 사주는 목사들 첫 손님은 신찬수 실장(평촌교회 집사). 하선미디어를 운영한다. 그런데 이름이 낯익었다. 2016년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달아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던 인물. 음향과 튜닝 전문가다.

“20여 년 동안 한 가지, 이 일만 해왔다”고 했다. 그런 신 실장은 “교회에서, 그리고 목사님들이 기계, 장비가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기기보다는 ‘인력과 교육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 직분에 맞는, 섬김의 위치에 걸맞은 교육을 시켜달라는 요청이었다. 고가의 장비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 적정 인력의 배치는 기계적 완성도와 효율을 극대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신학교에서의 음향교육’을 제안했다. “고가의 방송 기자재가 망가지는 이유는 장비의 노후화 때문이 아니라,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신 실장의 지적은, 20년 음향 전문가의 솔직한 분석이자 팩트.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교육전도사로 사역하거나 개척에 뛰어드는 목회자들에게 음향장비 운용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지식 없이 기기를 만지다 보니 기능의 10%도 활용하지 못한 채 사장시키는가 하면, 쉽게 고장 내고 만다고 우려했다.

신 실장은 “유급 직원을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부교역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업무만 가중될 뿐 전문성이 떨어진다. 담당 유급 직원을 두거나 담당 인력들에 대한 음향 세미나를 실시하는 등 인력에 투자하고 교육하면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이런 지적과 음향교육의 필요성은 다섯 목회자 모두가 겪었고 공감하는 교회의 일상. 이것을 담임 목회자가 인식하고 실행하면 문제는 바로 해결된다.

# 교회가 사회보다 더한다

음향 관련 일을 하다 보니 교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일도 많다. 어떤 고민이 있을까. 계속 낮아지는 임대 비용. 10여 년 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신 실장은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 등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교회가 단가를 낮추는 요인을 한편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교회가 사회보다 더 한다며 아쉬워했다. A업체가 견적을 내면 그 견적서를 B업체에 보여주면서 이것보다 더 싸게 해달라거나, 싸고 질 좋은(?) 장비를 구입해 달라는 형태다.

계약서 작성 없이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여름수련회를 앞두고 두 건의 일을 계약하고 일의 진행을 위해 장비를 추가 구입했지만, 그 교회가 바로 취소를 해버린 것이 불과 며칠 전이라고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릴 수도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일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직접 당하고, 다른 업체들의 경우를 보면서 교회를 아는 것과 살아내는 것에 괴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교회 내 방송실 사역자들이 겪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실수가 많기도 하고, 이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 봉사 부서 중 하나. “내부적인 실수 외에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방송사고도 많은데, 이런 것들이 전혀 참작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방송실 봉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에 대해, “방송실 사고는 성령 훼방죄와 동급으로 취급되기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목회자들도 거든다.

신 실장은 교회 방송실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격려해 달라고 했다. “이것이 봉사자들에게는 큰 힘이다. 은혜라는 말로 포장하지 말고 격려해 주면 사명감으로 일한다”며 음향 봉사자들을 위한 격려를 당부했다.

▲ 신찬수 실장과 밥 사주는 목사들과의 대화는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늦게 합류한 손영상 전도사.

# 다섯 교단 목회자들의 의기투합

목회자들이 준비한 고기는 척아이롤과 갈비살. 잘 지핀 숯불 위에서 알맞게 구워졌다. 고기를 사달라고 했던 신 실장은 “고기는 힘”이라고 했다. 목회자들은 “없는 돈이지만,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어서 준비했다. 맛있게 잘 먹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밥 사주는 목사들은 이중직 목회자들의 친교 모임으로 시작된 ‘일하는 크리스찬 네트워크(대표: 황금중 전도사)’가 진행하는 첫 기획 프로그램. 신청은 페이스북 ‘밥사주는목사들(www.facebook.com/groups/bobsamok)’에서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다. 게스트의 상황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운영되고, 퇴근 시간에 맞춰 목회자들이 찾아가서 밥을 산다. 직장생활에서의 고민과 교회에 바라는 점, 목회자들에게 바라는 점들에 대해 듣고 함께 이야기하는데, 한 달에 두 번 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밥 사주는 목사들의 다섯 목회자들은 교단도 모두 다르다. 합동, 침례교, 백석, 통합, 기하성. 하지만, 소통이 부족한 목회자와 교인들 간의 거리가 서로의 대화를 통해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마음은 똑같다. 그리고 “교회가 미처 듣지 못한 우리 사회의 아픔과 고충에 대해 목회자들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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