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시원한 주일 풍경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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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시원한 주일 풍경을 꿈꾸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8.20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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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여름철 교회 쿨맵시

체감온도 낮추고 에어컨 줄인다

열대야는 주춤해졌지만 기상청 예보를 보니 당분간은 낮 최고기온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틀렸기를 바라지만 최근에는 기상청이 제법 일을 잘한다. 걱정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관공서를 비롯해 각종 기업체들은 ‘쿨맵시’ 지침을 내리고 있다. 정장에 넥타이를 하지 않는 ‘노타이’는 기본이고, 아예 정장바지 대신 반바지 차림, 셔츠 대신 반팔 티셔츠 차림을 권장하는 파격적인 곳도 있다.

기관들이 이런 지침을 내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넥타이를 풀고 반팔 차림만 해도 체감온도를 2°C 가량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서울의 낮 기온이 38.5도를 기록하면서 기상 관측 이래 최고점을 찍었다는 걸 감안할 때 이런 결정은 ‘편리함’을 넘어 ‘생존’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

무더위는 주일이라고 예외 없다. 교회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리와 등에서 땀이 삐질 삐질 흐른다. 아스팔트 위를 지나갈 때는 어디든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을 찾아 들어가고 싶다. 교회에서도 ‘쿨맵시’를 실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변화의 속도는 더딘 것 같다. 주일 예배당에 나갈 때 입는 옷조차 신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나부터도 ‘반바지’ 차림으로 예배당에 나오는 것은 경건하지 않다는 설교를 주일학교 때부터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올해 여름 더위는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셀프 ‘쿨맵시’를 실천하고 있다. 둘러보면 ‘시원한’ 복장을 한 교인들이 더러 보인다.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하다. 좋은 현상이다.

‘쿨맵시’에 한해 일반 성도들보다 변화가 더 더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교역자들이다. 정장은 기본이고 넥타이는 설교자의 기본으로 인식된다. 어떤 목회자는 아예 ‘가운’을 걸치고 설교를 한다. 물론 많은 교회 예배당에서는 주일 내내 에어컨이 ‘풀가동’된다. 그래서 예배당 안에 있다면 넥타이를 매든, 가운을 걸치든 덥다고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쿨맵시’의 진정한 목적은 에어컨 가동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혹자는 “임금이 손님들을 보러 들어올 새 거기서 예복을 입지 않은 한 사람을 보고 이르되 친구여 어찌하여 예복을 입지 않고 여기 들어왔느냐…”는 마태복음 22장 11~13절을 근거로 주일 예배에 걸맞은 복장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태복음 22장에 등장하는 ‘예복’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지 문자적인 예복과는 거리가 있다.(에메트 신학주해)

예복을 고르는 순간까지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마음으로 임하는 자체는 훌륭하다. 그러나 좀 더 가벼운 예복을 고르는 것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창조세계를 보존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의 예배가 아닐까. 여름의 끝 무렵, 에어컨 없이도 좀 더 시원할 내년 여름 한국교회 풍경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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