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일의 문화칼럼]커피 향과 맛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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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일의 문화칼럼]커피 향과 맛의 미학
  • 장남일 대표
  • 승인 2018.08.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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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커피문화(5)
▲ 장남일 대표

그리스도인에게 커피는 언제부터인가 그저 기호식품이 아니라 전도의 상징이요, 교회 카페들로 인해 늘 함께 하는 친구가 되었다. 상당수의 목회자나 사역자들 중에는 바리스타 자격증과 커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겸비한 분들이 많다. 그만큼 커피에 대한 지적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커피 맛에 눈을 뜬 사람들은 우리 교회에서도 좋은 커피를 마셨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현할 때가 많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것은 복음을 아는 신자라면 누구나 모든 영역에서 드러나는 특징일 것이다.

우리가 카페에서 마시는 원두커피는 생두(green bean)를 보통 200℃가 넘는 뜨거운 불에 볶아서 적절한 향과 맛의 지점을 찾아 만들어낸다. 어떤 지점에서 끝내느냐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번에 적절한 향미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로스터(Roaster: 커피 볶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맛의 차이도 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료의 품질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원두의 향미를 사랑하는 로스터일수록 좋은 원료를 구하려고 하고, 그에 맞는 최상의 향미를 찾아 표준 프로파일로 만들려고 여러 번의 로스팅을 거듭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 프로파일에 맞춰 원두를 생산해내도 최종 소비자인 카페 손님에게 맛을 선보이는 일은 바리스타(Barista: 커피를 만드는 사람)가 하는 일이다.

바리스타는 개봉한 원두커피를 그라인더 호퍼에 담고, 기준 초와 기준 양에 맞춰 에스프레소를 추출한다. 최상의 추출을 위해 원두의 입자를 조정하여 뽑아낸 에스프레소가 맛이 어떤지 매일 점검하고 손님에게 커피 한잔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커피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커피이다. 그러나 커피를 조금만 더 파고 들면 배울 것이 많은 것도 커피이다. 매일 날씨와 시간에 따라 원두의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교회 카페에서 봉사하는 분들 중에는 그저 커피머신의 사용과 커피 내리는 동작만 이해할 뿐, 커피가 가진 속성을 이해하며 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을 보게 된다.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마시길 원한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태복음 7장 12절 말씀은 ‘황금률(Gold Rule)이라고 불린다. 이 원칙에 입각하여 커피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커피의 향과 맛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달라질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교회 카페 바리스타는 최종 단계의 마무리를 짓는 위치다. 자신은 커피를 안 좋아한다면서 커피를 내리는 분들도 있다. 적어도 커피의 향미를 즐길 줄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손님에게 하루의 피로와 노고를 잊을 정도로 그윽한 향과 맛을 선사하는 카페, 하나님 나라의 풍성함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열망을 가진 바리스타, 그 조화 속에서 만들어진 커피 한잔의 향과 맛의 미학을 느껴보고 싶다.

장남일 대표 / 아크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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