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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내 생각에는

기사승인 [1460호] 2018.11.07  11: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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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 코르넬리스 엥게브레흐츠, 나아만의 치유(요단강에 내려가 몸을 씻는 나아만), 1520년경, 오스트리아 빈미술박물관 소장.

열왕기하5;11-12> 나아만이 노하여 물러가며 이르되 내 생각에는 그가 내게로 나와 서서 그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손을 그 부위 위에 흔들어 나병을 고칠까 하였도다. 다메섹 강 아바나와 바르발은 이스라엘 모든 강물보다 낫지 아니하냐 내가 거기서 몸을 씻으면 깨끗하게 되지 아니하랴 하고 몸을 돌려 분노하여 떠나니라.

오랜 세월 출판사의 마케팅 일을 하던 지인이 출판사를 차렸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이 축하해주려 모이게 되었다. 북 디자인 대표, 다른 출판사 사람들, 그리고 인쇄소 사장과 나.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은 출판사 구경(?)을 마친 뒤, 그곳에서 가까운 구파발 쪽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했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잡은 식당은 커피점과 같이 하기에 몇 시간이고 마음 편하게 가을 정취를 누리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연히 요즈음 출판 경기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는 새로 창업한 사장을 제외하면 모두 5명의 사장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방향에 따라 뚜렷하게 두 패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3 사람이며,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대선배격이지만 완전 비관론자였다. ‘내 생각에는’ ‘내 경험으로는’ ‘내가 한 두 해 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시작되는 그(A라 하자)의 말은 늘 비관과 실패로 이어졌다.

참다못한 한 사람이 억지로 웃으며 “그래도 A 사장님은 그 오랜 세월을 잘 이겨내셨잖아요. 그러니까 B사장(이번에 창업한 사람)도 A사장님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A사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 생각에는 시기를 잘못 택한 것 같아. 시작하려면 4, 5년 전에는 했어야지.. 고생이 많을 거야”라고 말했다.

다행히 다른 사람이 말머리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바람에 이야기 자리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어느 자리에나 A같은 사람은 꼭 있다. 심지어는 교회나 사회의 다양한 도움 단체에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무슨 악의나 다른 꿍꿍이를 품고 그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좋지 않은 경험이나 지나친 염려, 실패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이 입을 상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다. 그 날, 집에 돌아온 나는 새벽에 읽었던 열왕기의 말씀이 생각나 성경을 펼쳤다. 

나아만 장군 이야기다. 그가 나병을 낫기 위해 찾았던 엘리사에게 들었던 처방책은 자기 나라의 다메섹에 있는  아바나 강과 바르발 강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요단 강(지금 보아도 소박하기 그지없는 강이다)에서 그것도 7번이나 아이들 장난하듯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왔다를 반복하라니! 극도의 실망감과 자존심의 무너짐, 이스라엘과 엘리사에 대한 없신여김으로 나아만은 소리치지는 않았지만 노기를 품고 으르렁거리듯 말한다. “내 생각에는(I thought)... ..” 하며 나아만은 말한다. 

놀랍게도 나아만은 ‘내 생각에는…’하며, 아예 자기의 방법을 술술 말한다. 그는 환자요, 도움을 받아야 할 자인데도 ‘내 생각에는’이라며 자기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순간, 그가 의사요, 도움을 주는 자요, 치료자요. 선지자가 된 상황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이라고 한 그의 결과는 무엇인가? “몸을 돌려 분노하여 떠나니라(turned and went off in a rage)”이다. 몸을 돌린다는 것은 거절이요, 관계 단절이다. 분노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상한 마음이며, 내가 원하는 방법대로 되지 않았기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는 무언의 항의이다. 그리고 떠나리라는 될대로 되라 식의 막가는 인생을 살겠다는 마음이며, 포기이고, 절망이다. 심지어는 다른 방법, 즉 인간적인 방법이나 우상이라도 찾겠다는 하나님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협박이다.  

“내 생각에는”을 지나치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람 사이에서도 자기 방법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몸을 돌려, 분노하여, 떠난.’ 그리하여 그 귀한 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하여 사람들의 마음이나 상황에 큰 상처와 피해를 입힌다. 

나는 다음 날, B 사장에게(그가 기독인은 아니지만) 나아만 장군 이야기를 전해주며 위로를 해주었다. B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고맙습니다. 사실 그 사장님 때문에 속상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술을 왕창 마셨었거든요... ’

노경실 작가 igoodnews@igoodnews.net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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