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뛰어넘을 수 없는 AI…‘생명’ 살리는 과학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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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뛰어넘을 수 없는 AI…‘생명’ 살리는 과학 돼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1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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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인공지능이 신앙을 가진다면' 주제로 가을 학술대회
▲ 연세대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14일 연세대 원두우 신학관에서 ‘인공지능이 신앙을 가진다면?’이란 주제로 가을 학술회를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영향을 두고 기독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센터장:정재현 교수)는 지난 14일 연세대 원두우 신학관에서 ‘인공지능이 신앙을 가진다면?’이란 주제로 가을 학술회를 열고 이 같은 논의를 다뤘다.

이 자리에는 인공지능연구원(AIRI) 김진형 원장(KAIST 명예교수)과 한국과학생명포럼 김흡영 대표(강남대 명예교수)가 나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먼저 ‘인공지능의 본질: 비전, 능력 그리고 한계’에 대해 발표한 김진형 원장은 오늘날 인공지능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은 70년 전 시작된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반도체·통신·소프트웨어 기술의 연장선이자 파급효과일 뿐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3D프린터·드론·로봇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기술처럼 보이나, 따지고 보면 기존 디지털 기술의 확장”이라면서 “새로운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기보다는 3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혁명의 심화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은 단순 육체노동에서 정신·지식 노동으로 진화해 인간과 경쟁하는 등 이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그 일례로 2011년 퀴즈대회에서 사람을 이긴 IBM 왓슨, 바둑으로 인간을 압도한 알파고, 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주식투자, 구글·페이스북의 얼굴인식 기술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15년간 인공지능 핵심 응용분야는 교통·가정·노동 및 고용·예술 공연·의료 및 건강 등으로 활발히 상용화 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바로 잡기도 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로 오인 받지만, 본질은 인간의 능력을 강화해 종전에 못 하던 일을 하게 해주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사람처럼 상호작용하고 문제를 최적화하는 능력을 갖춘 고도의 자동화 기술일지라도, 종합적인 능력 면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도 지적했다. 대표적으로는 인공지능이 도출하는 의사결정의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로, 얼마나 좋은 품질로 학습시켰는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학습한 데이터가 적으면 일반화 능력이 부족해 새 상황에서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또 쓰레기 같은 엉터리 데이터를 주입시키면 엉터리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인터넷에서 불온한 내용을 배워 듣기 거북한 쌍소리를 내뱉었던 채팅 봇이 그 예다. 얼마든지 사악하고 나쁜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치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알 수 없다. 그저 훈련된 인공지능이 통계적으로 ‘잘 하더라’는 걸 보여주는 게 전부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은 전문지식을 빠르게 배우지만 감정이나 신앙을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흉내를 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진짜 생명과 영혼이 있을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원장은 “허황한 기대도 문제지만 기술의 가치를 활용할 기회를 잃는 것도 문제”라며 “인공지능의 본질과 한계를 잘 이해하고 다음세대에게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교육하는 등 과학을 선용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합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과제를 제시했다.

한편 ‘인공지능 그리고 인간과 신학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김흡영 교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 현실화 될 미래 기독교 신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을 일컫는다.

그는 “지난 20세기는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됐던 때”라며 신학자 칼 바르트의 말을 인용해 “이제 기독교인들은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과학을 들고 일어나야 할 때”라고 했다. 21세기 기독교의 과학적 책임이 무엇보다도 강조돼야 할 시대라는 것이다.

특히 “트랜스휴머니즘의 전제는 ‘생물학적 인간’에게는 문제가 많고, 인간도 사실상 물질과 기계에 불과하며 그 본질은 정보’라고 여긴다”면서 “인공지능은 육체를 넘어 사이버와 디지털 상에서 불멸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이보그로서 영생을 누리고, 트랜스휴머니즘 교회를 만들 것을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신격화 하고 진리 되신 하나님의 존재를 제하며 심지어 죽음의 한계도 뛰어 넘으려 하는 상황에서 신학자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해가는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의 연구, 실험을 살펴보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기독교 과학자들과 엔지니어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기술은 핵무기, 생명복제, 유전자 조작 등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고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종교”라면서 “자연과학의 무책임한 남용과 파괴로부터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보존할 사명이 기독교인들에게 있다. 과학기술이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인공지능 기술에 윤리와 도덕이 담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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