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때우는 선교? 더 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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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때우는 선교? 더 이상은 안 된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11.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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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박해시대:한국선교의 방향/선교횃불/전호진 지음
▲ 전호진 박사.

선교지 교회 건축은 한국선교의 주요 사역 중 하나로 꼽혔다. 적지 않은 돈과 수고를 들인 선교지 교회가 완성된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지 않은 성도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전호진 박사(전 캄보디아장신대 총장)는 신간 ‘기독교 박해시대:한국선교의 방향’에서 선교지 교회 건축이 오히려 선교에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초대 총무를 지낸 선교계의 원로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 박사는 선교지 재산 분쟁이 한국선교를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대부분 선교지에서 외국인인 한국 선교사들은 현지인의 이름으로 건물을 등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이양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재산을 탐낸 현지인이 선교사를 추방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 박사는 지적한다.

그는 “교회당과 교회를 동일시하는 교회관은 시정돼야 한다. 선교사나 후원교회도 건물만 지어주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착각하는 선교는 신중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하나님의 선교는 결코 돈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전 박사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바람직한 선교 방향은 멀리 있지 않다. 그는 18~19세기 우리나라에 찾아왔던 선교사들의 사역 방향에서 정답을 찾는다. 초기 한국 선교사들은 교파를 초월한 협력의 바람직한 모델이다. 그와 동시에 가난한 중에서도 한국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한국 문화를 존중했다.

전 박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선교가 ‘선교지를 위한 선교’가 아닌 ‘우리를 위한 선교’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이제 한국선교도 자립, 자치, 자력 전파할 수 있는 교회를 세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돈을 주는 것보다 건강한 현지인 사역자를 세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은 아시아에서 기독교가 배척받는 이유와 역사로부터 시작해 19세기 복음주의, 아시아 기독교회의 현재까지 총체적으로 살핀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 스리랑카,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기독교를 대하는 정책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분석한다.

이렇듯 전 박사는 책의 제목대로 기독교 박해 실태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만 결코 박해를 피하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박해 받는 교회가 순수한 교회라면서 박해가 선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전 박사는 “박해는 오히려 진짜 옥석을 골라내는 과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진짜 신앙이 드러나고 복음의 진리가 나타난다”면서 “한국교회는 선교사를 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난받는 이들과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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