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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밖 논쟁보다 ‘성경적 공동체’ 먼저 고민해야”

기사승인 [1430호] 2018.12.05  11: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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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의 미래를 말하다(7) - 200만 바라보는 가나안 성도

‘안 나가’ 뒤집어 만든 ‘가나안 성도’…한국교회 주요 이슈로

교회와 사람에 대한 실망, 교회 떠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예수님은 믿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아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기독교인이 교회에 나가는 것은 학생이 학교에 나가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전통 교회에서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웃어 넘겼을 일이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 돼버렸다.

‘안나가’를 거꾸로 뒤집어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을 풍자했던 용어 ‘가나안 성도’는 이제 교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 중 하나다. 201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 밝힌 사람들 중 약 10%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시 통계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기독교인을 대략 천만 명이라 가정할 때 약 100만 명이 가나안 성도라는 이야기가 된다.

초기 한국교회는 가나안 교인들을 지금은 연약한 신앙으로 떠나 있지만 결국 ‘돌아와야 할 탕자’로 봤다. 이들은 교회 시스템과 사람에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라거나 입맛에 맞는 교회를 찾아 떠도는 ‘교회 쇼핑족’, 혹은 교회의 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떠난 ‘영적 난민’으로 취급됐다.

이제는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나안 성도들이 가졌던 고민들에 주목하는 교회와 목회자가 늘어났다. 가나안 성도의 수가 100만을 넘어 200만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요즘, 한국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권위적인 교회와 목회자, 성도 떠나게 만든다

교회를 떠나고 가나안 성도가 된 사정은 대표적으로 세 가지가 꼽힌다. 먼저는 교회를 구성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목회자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강단에서는 성경 말씀과 예수를 외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삶을 보며 괴리감을 느낀다. 반대로 설교 시간을 복음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채우는 것을 보며 시험에 빠지기도 한다.

서울영동교회 청년부를 섬기는 박정민 목사는 “성경적이지 못한 목회자의 모습에 대해 실망해서 떠난 분들이 많다고 본다. 옛날 성도들은 목회자의 설교에 무조건 아멘으로 순종했다면 지금은 다르다”며 “가장 1차적인 책임은 목회자에게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다소 권위적인 전통 교회의 분위기도 교회를 떠나게 하는 한 원인이다. 특히 신앙과 교리를 강요하는 듯한 강압적 태도는 성도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수백 명의 가나안 성도를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한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직접 만나 본 가나안 성도들은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면 신앙이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 배척하는 분위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소통이 되지 않고 목회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권위적인 분위기에 대한 불편함도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런 종류의 가나안 성도들은 건강한 신앙 공동체를 향한 갈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좋은 교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또 다시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실망은 싫증과 피로감으로 변한다. 점점 확고한 가나안 성도로 정착하는 것이다.

세 번째 종류의 가나안 성도들은 교회와 사람의 ‘문제’ 때문에 떠났던 두 부류와 맥락이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깊이 받은 청년층이다. 포스트모던 사회는 극단적인 다원주의 혹은 개인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교인들이 신앙에 대해서 목회자가 가르치는 방향을 그대로 수용했다면 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하고자 한다.

정재영 교수는 “인터뷰 한 가나안 성도들 중에는 신학원 과정을 마치거나 원어로 성경을 공부한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떠난 이유는 이들이 갖고 있는 신앙생활의 의문점과 궁금증, 그리고 영적 갈증을 교회가 해결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답은 ‘성경적 공동체’에 대한 고민

100만에서 200만을 향해가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체적 표현의 욕구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로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국교회가 가나안 성도들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는 기대하기 힘들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교회가 성도들이 원하는 공동체가 돼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말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성경적이지 않아서 떠난다. 이들은 교회 규모가 크거나 작아서가 아니라 성경적인 삶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해서 떠난다. 미래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과제로 ‘성경적이고 건강한 공동체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목되는 이유다.

요즘은 가나안 성도들이 모이는 신앙 공동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공동체가 기존 교회로 돌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인지, 혹은 종착역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분분하다. 박정민 목사는 제도권·비제도권을 따지기보다 가나안 성도를 품을 수 있고 하나님의 은혜가 풍성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 공동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건강한 교회를 소개시켜주는 통로가 될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종착역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존 교회와 신앙 공동체 모두 하나님을 예배하고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한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나안 성도들을 위해 모든 신앙 공동체가 협력하길 소망한다”고 기대했다.

박정민 목사는 또 시대가 요구하는 성경적 공동체는 말씀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사람들은 교회에 문화적 경험과 앞선 교육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문화적 경험들은 교회 밖에서 더 풍성하게 향유할 수 있다.

그는 “이 시대의 청년들은 교회에서 세상과 다른 무언가, 즉 영적인 것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살아있는 말씀을 충실하게 전해야 하며 목회자 역시 말씀의 충성스러운 전달자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영 교수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교회에서 바르게 정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공동체와 집단주의를 혼동하고 있다”며 “공동체는 모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도들을 획일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대부분 제도권 교회에서 나타난 문제들에 있었다. 하지만 가나안 성도들의 모임 역시 사람이 모이고 규모가 커지면 제도화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가나안 성도와 미래 교회는 ‘어떻게 공동체적이고 온전한 교회를 이루면서 제도화가 갖는 부작용을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성경적 공동체란 다양성 속에 일치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를 같은 색으로 만드는 것이 공동체가 아니라 다양한 색의 조각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모자이크가 바로 공동체”라면서 “공동체성의 회복이 증가하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고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현구 기자 hhg@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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