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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추하고 심지어는 비참한 삶이라도

기사승인 [1463호] 2018.12.05  14: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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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69

   

마태복음25:1-13> 그 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 그 중의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 자라.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 중략 ... 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 대답하여 이르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정확히 5초 차이로 서울행 기차를 놓친 것이다. 이제껏 지방 강연을 다니면서 이런 적은 없었다. 평소에 시간에 쫓기는 것을 싫어해서 늘 10~20분 이상을 미리 움직이는 나인데, 개인적인 만남에도 늘 그랬는데.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는 나는 잠시 당황하다가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예매한 기차표를 취소하고 다음 기차를 구해야 했다. ‘앉아서 가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되지만 서서 가면 20분 뒤에 출발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나는 난생처음 입석표를 구입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로 기차를 놓친 나는 ‘하나님께서 이번 일로 무엇을 깨닫게 하시려나?’하는 생각에 마치 하나님의 미션을 통과하는 사람처럼 한편으로는 흥분마저 되었다.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2시간 20분 정도인데 지하철 탄 셈 치자. 

잠시 뒤, 나는 기차표에 표기된 17호차와 18호차 사이에 올랐다. 대학 때의 낭만적인 기차여행을 생각하며... 그러나 그 좁은 연결 칸에는 나 말고도 9명의 사람이 있었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각자 가지고 있는 조선족 부부(말투와 외양으로로 금방 알 수 있었다.), 20대 커플, 그리고 나처럼 혼자인 사람들. 조선족 부부와 커플, 그리고 나 외에는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좁은 통로에서 갑자기 한 팀(?)이 된 9명의 어색한 숨소리를 그나마 요란한 기차소리가 삼키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지하철에서 서서 가는 것과 좁고 양쪽으로 닫힌 통로 사이에서 2시간 이상을 가야한다는 것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 마침 역무원이 입석표를 일일이 검사를 하더니 복음(?)을 전해주었다. “모두 서울행이시네요. 각 칸마다 빈자리가 있을 겁니다. 그 자리는 대전까지는 비어 있으니 일단 가서 앉으세요.” 순간 우리 9명은 마치 지옥에서 구원받은 사람들마냥 객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빈자리를 찾아서! 대전, 아니 운 좋으면 서울까지도 앉아서 갈 수 있다! 9명은 모두 같은 소망을 가지고 뛰었다. 어쩌다가 입석표를 구해서 기차에 올랐는지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차를 탄 이상 서울에 가는 것은 100% 확정받은 것이잖은가! 이 날, 나는 대전까지 편하게 왔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시간을 서서 가는 것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서서 오는 시간 내내 하나님 나라에 대해 생각했다. 어릴 때 주일학교에서 불렀던 구원열차라는 복음성가가 생생히 떠올랐다. ‘나는 구원 열차 올라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죄악 역 벗어나 달려가다가 다시 내리지 않죠/ 차표 필요 없어요. 주님 차장되시니/ 나는 염려 없어요. 나는 구원 열차 올라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입석표를 가진 자이기에 거지처럼 빈자리를 찾아 헤매일지언정 우리 9명은 서울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대전에서 자리 임자가 나타나 일어나라며 화를 내도 서울에는 갈 수 있기 때문에 뭐라 다투지 않고 일어설 수 있다. 하늘나라 가는 동안 이렇게 각자의 인생이 구차하거나, 초라하거나 심지어는 비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늘나라는 약속받았잖은가.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힘든 입석의 시간이 지나 기차가 서울역에 다다르자, 그동안 객실 안에서 평안(?)을 누리던 사란들이 와르르 통로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미 9명의 불쌍한(?) 입석인들이 당연히 먼저 내리게 되었다. 오랜 시간 눈치보며 남의 자리에 앉다가 힘들게 서서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 9명은 그 누구보다 서울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두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마치 천국에 도착하는 순간, 땅의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믿음을 지키거나 고단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울며불며 하나님 품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땅에서의 믿음의 삶이 순탄치 않고, 일상의 삶마저 고단했다면 하나님을 보는 순간, 얼마나 울겠는가. 마치 집밖에서 놀다가 힘 센 아이들에게 맞고 돌아온 아이가 엄마를 보자마자 흐느껴 울면서 ‘흑흑, 엄, 엄마.. 저 형, 형이 날 때, 때렸어요, 흑흑...엄마, 아, 아파요, 흑흑..’ 라고 말하며 엄마 품에 안기듯이. 이때, 엄마는 아침에 혼낸 자식이라도 얼마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괜찮아, 괜찮아. 이제 엄마가 왔으니 다 됐어. 다 끝났어... 그만 뚝!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라고 말해주지 않겠는가!

우리의 믿음 열차는 오늘도 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실족하여 목적지 전에 내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입석표를 사서라도 열차를 타려 몸부림친다. 그런데 힘든 삶일수록, 녹록치 않은 믿음의 여정일수록 종착역에서의 감격은 클 수밖에 없으니, 오늘도 힘들었다면 그만큼 기뻐하자! 하나님을 만날 때 그만큼 커다란 기쁨의 눈물보따리를 하나님 앞에 풀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사연이 많은 성도일수록 하나님도 즐겁게 귀를 기울이실 것이리라.  

노경실 작가 igoodnews@igoodnews.net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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