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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안에 기독교 민중의식과 자유사상 녹아들어”

기사승인 [1471호] 2019.01.29  0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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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1주년 특별좌담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열자’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이자 지난해 있었던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화해와 통일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중요한 시기이다. 3.1운동은 근대 민주정부 수립의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주독립과 평화의 의지를 전 세계에 드러낸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유산인 3.1정신은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다. 신앙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외쳤던 평화의 메시지를 신앙의 후손들이 이어가야 할 사명이 있다. 한국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해 주목해온 기독교연합신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특별좌담을 마련하고 3.1 정신을 되새기면서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논의했다. <편집자주>

사회 : 양병희 목사 (본지 사장·동북아한민족협의회 대표회장) 
패널 : 이정익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양영식 장로 (전 통일부 차관)
        안인섭 교수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일시 : 2019년 1월 25일 오후 1시
장소 : 잠실롯데호텔 중식당 ‘도림’

▲ 기독교연합신문 창간 31주년 특별좌담이 지난 25일 잠실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양병희 사장, 이정익 목사, 양영식 전 차관, 안인섭 교수

양병희 목사 : 지난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미,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먼저 패널들께서 2019년에 대한 전망을 간단히 해주신다면? 

양영식 장로 : 평창동계올림픽이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평화롭게 열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지난해 평화가 창대한 올림픽이 되도록 역사를 주관하셨습니다. 금년은 우여곡절을 거치겠지만, 큰 흐름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진전된 걸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남북한 간 교류협력이 본격 가속화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정익 목사 : 지난해에는 남북정상회담을 여러차례 하면서 좋은 출발을 했고, 무엇인가 이뤄질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금년은 기대보다 염려를 가지고 시작하는 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잘 성사된다면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혹여 우리 뜻이 아니라 미국 위주의 대화가 된다면 한반도로서는 어려움이 생기는해가 되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안인섭 교수 :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고 할 정도로 위기상황이었지만 실제 남북, 북미 정상들이 만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학습한 것은 결국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한반도 평화는 남남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동력이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올해는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 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합집산도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 이러한 분위기를 ‘기회’로 보고 싶습니다. 또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만들 수 있다면, 특히 남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남한이 한반도 문제에서 뒤로 밀려있었다면 올해는 전진 배치될 수 있길 바랍니다.  

양병희 목사 :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무엇보다 3.1운동은 당시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한 기독교인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의미뿐 아니라 교회사적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당시 한국교회의 역할과 기여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특히 한국교회가 3.1운동의 유산을 어떻게 기념해야 하겠습니까?

안인섭 교수 : 3.1운동은 황제 중심의 대한제국에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과도기의 물꼬를 트는 사건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한국 역사 앞에 영향력 있는 그룹으로 대두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3.1운동 이후 4월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결성될 때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입각했습니다. 3.1운동은 한국교회가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건이었습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등 유럽의 근대민족국가가 태동하는 배경에는 기독교 신앙이 있었습니다.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답게 사는 국가를 세운 것, 국민이 주권이 되는 역사를 세운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3.1운동 과정에서 있었던 역사적 특수성과 2천년 기독교 역사가 갖는 보편성을 함께하는 길을 열어가면서 100주년을 기념해야 할 것입니다.  

양병희 목사 : 우리나라 선교 초기 기독교의 역할이 상당했고,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교회는 세상의 근심거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맛을 내고 빛을 내기보다 세상이 우리를 염려하는 지경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정익 목사 : 3.1절은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100년 전 사건입니다. 3.1절 당시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가계 중심적인 사고를 했습니다. 임금의 경우 특정 가계에서 나오면 모두 충성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3.1운동은 가계중심에서 민족중심으로 눈을 뜨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눈을 뜬 것입니다. 가족단위에서 민족단위로 개념이 바뀐 1919년이었습니다. 당시 기독교 인구 1.5%는 전체 국민 대비 약 20만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적은 인구가 어떻게 3.1운동을 주도하고 공감을 얻었을까요. 100년 전 기독교는 민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였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황제가 고난당하고 황후가 시해되고 주권이 강탈당할 때 비록 숫자는 적지만 기독교인들은 민족의 아픔을 가장 앞장서서 치유했습니다. 3.1운동 때 그 힘이 분출된 것입니다. 교회가 아픔을 당하는 민족과 함께 할 때 굉장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3.1운동을 기점으로 교회는 200~300% 부흥했습니다. 오늘에 와서 우리 사회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크게 염려합니다. 이제 한국 기독교는 3.1절 정신을 이어 받아서 교회 크기나 숫자를 자랑하지 말아야 합니다. 밖으로 잘 보이기 위해서 구제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기독교 본질로 돌아가고 제대로 된 신앙을 구현한다면 회복될 것입니다. 3.1절 당시는 그것이 강점이었습니다. 

양영식 장로 : 3.1 독립선언과 2.8 독립선언 직전 1919년 2월 1일 만주에서는 해외 독립운동가 39명이 서명한 ‘무오독립선언’이 발표됐습니다. 당시 안창호, 이승만 등 7명의 기독교인들이 서명에 참여했고, 이들은 한일합방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다짐했습니다. 이 선언이 국내에 영향을 주었고, 3.1 독립선언문에는 비폭력 투쟁을 담게 됐습니다. 우리는 3.1 독립선언문의 핵심을 회상해야 합니다. 조선은 독립국이고 자주민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안에 민중의식과 자유사상이 다 녹아있는 것입니다. 기독교 선각자와 젊은 지식들이 중심이 되고 국내외 전 국민들이 3.1운동에 동참했습니다.  3.1운동이 주는 교훈은 동양평화, 세계평화, 인류행복입니다. 기독교 정신을 다 이야기했고, 그들이 빛을 심었다고 생각합니다. 3.1운동 이후 독립을 이루었지만 아쉽게도 우리 민족은 분단됐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통일이라는 두 번째 독립을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짠맛을 잃어버렸습니다. 교계 지도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손가락질을 당하는 것을 보면 참담합니다. 성경으로 돌아가서 참다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3.1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통일을 위해 3.1 정신에서 구체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일까요? 혹시 각자 존경하는 독립운동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양병희 목사, "통일 이념에 얽매이면 안돼 대북지원은 물밑으로 계속돼야"

안인섭 교수 : 저는 백범 김구 선생을 꼽고 싶습니다. 4월 11일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핵심 인물이 김구 선생이었습니다. 8.15 해방이 되었고 조선이 분단되는 현실을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북 협상을 진행했던 정신이 그분에게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통일을 풀기 위해서는 백범의 정신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민주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이정익 목사 : 나라를 빼앗긴 후 월남 이상재 선생이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다 귀가해보니, 며느리가 재봉틀이 망가져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라가 망해도 울지 않더니 그깟 재봉틀 때문에 우느냐고 나무랐다는 유명한 일화가 기억납니다. 이상재 선생 같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이끄신 것입니다. 3.1운동 당시에는 종교가 하나가 되었고 생각의 틀이 컸습니다. 교단에 메이고 내편 네편 나누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지금 한국교회가 3.1절에 행사를 하며 보낼 것이 아니라 더 뜻깊게 기념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기독교인과 지도자들이 민족을 어떻게 선도했는지 찾아야 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행사에 그친  것처럼 3.1절 기념사업이 너무 좁게 지나가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지금 우리가 재봉틀이 망가진 것을 보고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우리 민족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통일입니다. 비핵화에 대한 기대 속에 전 세계가 우리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는데, 올해 남북관계에 더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보시는지요?

안인섭 교수 : 올해는 말씀하신 것처럼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큰 회담을 통해 지형도가 그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한 변화보다 중요하고 간절히 요청하고 싶은 것은 남한 내부의 공통분모를 만드는 것입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남북문제가 정치 쟁점화 과정에서 이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큰 틀의 변화보다 내 정당, 내 교회만 보지 말고 민족의 앞날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상수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의 동의를 모아 상수가 되어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한반도 비핵화는 단순히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에서 함께 도와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양영식 장로 : 핵무기 문제를 성급하게 보아선 안 됩니다.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있습니다. 핵을 완전히 없애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협상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나님이 트럼프 대통령을 들어 쓴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상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위장공세에 넘어가서 협상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을 동결한다는 것은 더 만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 양영식 전 차관 "남북문제는 '역지사지' 입장으로 풀어가는 해법 찾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평가하면서 “과거 그릇된 사고와 관행을 떨치고 나왔다”고 했습니다. 과거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때를 이야기 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은 핵 아니고도 생화학 무기로 한반도를 초토화 시킬 수 있습니다. 핵으로 북한 생존권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핵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할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검증하고 북한은 주한미군의 핵을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항상 협상할 때 사실관계를 상대방에게 직접 확인합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하고 상당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것은 협상에서 주고받은 것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경제제재 해제와 영변 핵시설을 풀어나가는 것, 그 다음 단계도 많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과 미국이 제대로 협상했다는 것입니다. 꼭 문재인 정부 때가 아니더라도 그 다음 단계에는 ‘국교 정상화’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 국교 정상화가 되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인공기를 보게 된다면 평화가 정착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 핵을 다 털고 나오면 협상한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우여곡절을 거치겠지만 종전선언과 비핵화 일부 진전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군사분계선 GP 철거와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착공식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GP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철도와 길이 연결되면 사람의 마음도 연결되고, 그 길을 통해서 기독교인들이 북한에서 가서 복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용기있게 교회가 남북교회 협력을 위해서 나서야 합니다. 

이정익 목사 : 장로님 말씀대로 되면 너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자기 임기에 무엇을 이루려고 할 것입니다. 나의 임기 중에 무엇을 이루려고만 하면 말려들 수 있습니다. 미국은 실용주의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앞날을 염려하고 한반도를 꼭 지켜야 한다는 것보다 가급적이면 자국의 실리적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하나님이 사용하신다고 볼 수 있지만, 사고를 칠 수도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핵무기보다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더 큰 문제로 여깁니다. ICBM만 해결하고 협상을 끝내버릴 개연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협상에 참여해야 합니다. 북한은 이번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이 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히려 미국과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입니다. 그간의 관성으로 북한을 선의로만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큽니다. 제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이 무엇을 이루어 정권을 연장하려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가 같이 해야 실수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문제를 실험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양병희 목사 :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보도 튼튼해져야 합니다. GP 철수는 엄청난 역사이지만 철도연결, 한강하구 수로조사, 항공감시 중단 등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남북한 외교문제를 면밀히 짚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영식 장로 : 남북관계는 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미관계가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협상은 다자회담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뒷받침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북한 핵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공통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공통목표로 삼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과거에 매여서 용기를 갖지 않으면 한반도 문제는 풀리지 않습니다. 다만 협상은 이정익 목사님 말씀처럼 문 대통령 임기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양병희 목사 : 대북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한국교회는 항상 주도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민간 대북지원의 67%는 기독교 계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유엔 경제제재 여파로 실질적인 전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때 한국교회가 전개할 대북사역의 방향과 구체적 실천 과제를 언급해주신다면?

안인섭 교수 :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우리가 북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이 당연합니다. 대북지원은 합법적인 루트와 비공식적인 루트가 동시에 가동되어야 합니다. 제가 돕는 어느 단체는 북한 지하교회와 연결되어 돕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을 중국에서 훈련시켜 데려오는 그룹도 있습니다. 재외동포의 경우 직접 북한에 가서 돕는 것도 방법입니다. 원칙이 분명하면 방법론은 다 좋습니다. 가능한 채널을 다 가동하고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다만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북 전단지를 뿌려서 생기는 갈등 때문에 다른 활동들에게까지 지장을 주는 것은 안 됩니다. 

양영식 장로 : 인도적 지원이 교회에게 중요합니다. 유엔 경제제재 결의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양은 많지 않아도 그 안에 주님의 사랑이 녹아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원을 막았을 때 국제사회와 연계해 지원한 것은 훗날 평가될 것입니다. 나중에 주님의 사랑임을 북한 주민이, 아이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 인도적 지원은 정부와 협의하되 꼬리를 달지 말고 참여해야 합니다.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교회가 관심을 끊는다면 북한 동포들이 훗날 우리에게 무엇이라고 하겠습니까. 

양병희 목사 :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방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방한을 허용해야 된다는 입장과 과거 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는 불가하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는데, 이 때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요? 정부는 남남갈등의 요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영식 장로: 합의한 것은 실천해야 합니다. 그동안 남북은 합의하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상대방뿐 아니라 우리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합의된 사항만이라도 실천했다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을 것입니다. 상대방이 잘못했으니 나는 괜찮다는 논리가 아니라 상호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관점, 행사나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이행 관점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땅에 왔으면 우리 식으로 하면 됩니다. 김정은이 답방한다면 여야 정당과 종교 지도자들이 같이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광화문광장에 나간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떠들썩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 이정익 목사 "김정은 답방, 사과 전제해도 안되지만 비굴하게 맞아서도 안돼"

이정익 목사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연 서울에 올까요? 김정은은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너무 프레임에 갇혀서 사과를 전제로 김정은의 답방 여부를 주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저자세를 취하거나 비굴해서도 안 됩니다. 김정은이 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냉철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 누구나 성경적 통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을 합니다. 성경적 통일의 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이정익 목사 :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자세가 복음적 통일입니다. 남북 분단의 역사는 7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꺼질 듯했지만 우리 역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70년이라는 숫자를 생각해야 합니다. 70년 분단의 역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어떤 섭리, 묵시적 역사성에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한국교회는 정권에 따라 춤추지 말고 기도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주고, 닫히면 열릴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어느 때는 하나님께서 간섭하셔서 문이 열리고 벽을 허무는 때를 주실 것입니다. 문이 열렸을 때 한국교회가 할 것은 돈을 쌓아서 북한에 교회를 짓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있는 지금 구체적으로 통일 이후 북한 선교를 준비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한국교회는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에 얽매여서도 현재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금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할 일과 통일 이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양영식 장로 : 고린도전서 3장에서 언급된 심고 물주는 일을 교회가 해야 합니다. 북한 동포를 위해 한국교회가 복음의 씨를 뿌리고 사랑을 나누는 물을 주어야 합니다. 기독 NGO가 그동안 많은 물을 주었습니다. 열매는 하나님이 거둘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북한에 못가니까 중국 동북3성 선교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갑니다.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지원합니다. 대북 경제제재를 하는 미국도 민간 NGO는 인도적 지원을 합니다.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양심을 주었기 때문에 도움을 받게 되면 고마운 마음이 들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탈북자들을 선교사로 양성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탈북민 출신 선교사와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북한 교회를 살리고 회복시키는 사명이 있습니다. 또 교회는 남남갈등을 해소해야 합니다.교회는 북한 내 억류되어 있는 선교사를 구해야 하도록 정부를 향해 요구해야 합니다. 정상회담 때도 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고 그것은 정부가 할 일이고 교회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북한 당국은 하나님의 말씀을 이야기했다고 억류했습니다. 다만 억류자 중 일부가 정보기관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약점이고 실수입니다. 교회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초연해야 합니다. 화해와 평화의 교회는 북한 동포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것이 통일의 과정입니다. 

▲ 안인섭 교수 "현 정부의 목적을 넘어서는 초월로 민족의 미래 향해 나아가야"

안인섭 교수 : 통일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목적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지만 막상 결혼하면 현실입니다. 막상 통일이 되면 사랑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울은 이방사람이지만 내 동족을 구하기 위해 저주를 받아도 좋다고 고백했습니다. 통일은 하나님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어 남북한 길이 열린다면 중국을 지나 무슬림들에게까지 복음을 전하러 갈 수 있습니다. 

이정익 목사 : 통일과 통일 이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는 비밀계획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통일이 되면 어떻게 할지 한국교회는 로드맵이 없습니다. 기독교통일학회에서 점진적 단계에 맞춰 로드맵을 제시하고 교회가 할 일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탈북민 출신 사역자들은 북한에서 효과적인 사역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일단 펜스를 치고 효과적인 관리를 하고자 할 때 탈북자들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 부분을 준비하고 계획해야 합니다. 

양병희 목사 : 우리 교회는 통일을 위해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통일 자원이 될 탈북자들이 돕는 것입니다. 또 18년 전부터 통일헌금을 모으고 있고, 교인의 80%가 참여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 ‘나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 가지씩 제안해 주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안인섭 교수 : 한국교회에 거품이 너무 많습니다. 거품을 빼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보내는 한국교회가 큰 행사만 할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나라 정신을 회복하는 모멘텀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양영식 장로 : 3.1운동 정신은 독립과 평화입니다. 제2의 독립이 통일이라면 한국교회는 체제 이념이 아니라 성경 말씀에 의지해서 화평의 사도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교회가 말씀으로 돌아가고 정직해야 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교회 과제입니다 

이정익 목사 : 3.1운동은 소수의 기독교가 다수의 국민들을 이끌고 향도했던 역사입니다. 소수의 기독교가 이끌고 갔던 것은 ‘공감’ 때문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한국교회에 대한 공감이 없습니다. 바리새인에게 회칠한 무덤과 같다고 한 예수님의 지적이 한국교회 모습입니다. 2세기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위협을 느낀 로마는 교회 지도자였던 서머나교회 폴리캅을 무너뜨리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폴리캅은 화형장에서도 예수를 부인하지 않았고 결박까지 거부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겉과 속이 같은 신앙인의 모습을 보면서 폭발적인 부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회칠한 무덤을 파헤쳐 속과 겉이 같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부터 해야 통일의 과정과 그 때가 이뤄질 것입니다. 세상의 공감을 얻는 한국교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양병희 목사 : 창간 31주년을 맞아 귀한 분들과 함께 우리 사회와 국가의 이슈, 한국교회 미래와 과제에 대해 좋은 토론을 했습니다. 3.1운동의 정신을 다음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한국교회가 통일의 초석을 다지고 미래 100년을 희망차게 만들어 가기를 기도합니다. 특별좌담에 함께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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