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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과 영화로 소통한 3년, 정말 행복한 시간”

기사승인 [1472호] 2019.02.12  16: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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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 출간한 국민대 조수진 교수

   
▲ 국민대 조수진 교수가 아들 최하경 군과 함께 고전영화를 읽고 토론한 3년의 소중한 추억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영화를 본다. 물론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는 부모 세대의 고전영화라면? 아마 아이들의 대답은 달라질 것이다.

극동방송 대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조수진 교수(국민대, 성북교회 집사)가 아들과 함께 고전영화를 보고 토론한 내용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부산협성문화재단이 마련한 ‘뉴북프로젝트’에 당선돼 아들과 함께 영화로 소통한 3년의 기록이 빛을 보게 됐다.

대사 한마디 없는 무성영화부터 영화의 거장들이 빚어낸 예술영화까지 폭넓게 다룬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도서출판 호밀밭)에서 저자는 아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영화 제작 기법부터 스토리에 담긴 의미,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에게 주고 싶은 교훈까지 영화 한 편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극동방송 라디오 PD겸 아나운서로 바쁘게 살아온 조수진 교수는 아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워킹맘’이 그러하듯 아이와의 소통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그렇게 20년의 방송 일을 뒤로 하고 대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아들과 엄마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됐다. ‘영상커뮤니케이션’ 수업을 준비하는 엄마를 바라보던 아들 하경이가 하나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20~30초짜리 흑백 무성영상을 보고 있는데 하경이가 관심을 갖더라구요. ‘같이 볼래?’하고 물었더니 흔쾌히 화면 앞으로 다가왔죠. 그동안 바빠서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옛날 영화에서 아들과 소통이 시작된 거죠.”

처음 본 고전영화는 영화의 역사가 시작되던 시절의 흑백 무성영화였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 아이와 함께 보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호기심은 점점 커졌고, 미국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도 거뜬히 소화했다. 장장 3시간짜리 고전영화에 아들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꼭 보았으면 하는 영화를 선정해 함께 보기 시작했다.

PD시절, 극동방송에서 김장환 목사와 함께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라는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 제작한 것이 영화를 설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영상과 미디어 전문가로서 아이에게 다양한 기법과 시대에 따른 영상 흐름을 소개해줄 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영화보기를 시작해, 사춘기의 정점에 이른 중학교 2학년까지 3년의 기록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런데 정말 사춘기 아들도 엄마와 고전영화를 보는 시간이 좋았을까?

“물론이죠. 처음에는 흑백영화가 신기해서 보여 달라고 했는데, 엄마의 설명을 들으면서 영화의 역사와 촬영 기술을 알게 되고 점점 보는 재미에 빠져들었어요. 혼자 접했다면 지루했을 영화도 엄마와 이야기 하며 보니까 더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신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하경 군은 믿음의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일하는 엄마 대신 키워주신 외할머니는 매일 새벽제단을 쌓으며 손자를 위해 기도했다. 신앙의 가정을 꾸린 엄마와 아빠는 ‘하나님을 경외하라’는 뜻으로 아들의 이름을 ‘하경’이라고 지었다.

기도하는 가정에서 자란만큼 부모와의 애착도 남다르다. 하경 군의 눈에는 방송국을 그만 둔 후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며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엄마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늘 열심히 사시는 엄마의 모습이 존경스러웠어요. 엄마가 살아오신 그 길만 잘 따라가도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엄마와의 추억을 이렇게 책으로 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요.”

‘엄마와 함께 고전영화 읽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영화전문서적이지만,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육아와 교육서적이라 할 수 있다.

조수진 교수는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영화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관찰하고, 설령 부모가 관심 없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위해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엄마 귀에는 껄끄러운 ‘랩’도 요즘 아이들의 문화라면 함께 듣고 따라하며, 칭찬하는 습관을 들여 보라는 것. 결론적으로 아이와 소통을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삶의 집약체이자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시청각예술이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소통에 좋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조수진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고전영화 속에 담긴 삶의 근본적인 주제들은 아이들에게 ‘생각의 힘’을 길러준다고 자신한다.

이 책은 엄마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영화내용과 소감은 물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자료까지 수록해놓았다. ‘국가의 탄생’, ‘시민케인’, ‘청춘의 십자로’, ‘시네마천국’ 등 다양한 영화를 다시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 조수진 씨는 1994년 극동방송 PD겸 아나운서로 입사, 20여년 간 방송인으로 살아왔으며, 고려대학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에서 언론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 교양대학 겸임교수, 장신대 외래교수로 강의하며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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