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닥다리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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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신앙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2.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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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이번 설 명절 기차표 예매는 지난달 8~9일 시작했구요, 시작과 동시에 예매분 전 좌석이 매진됐습니다. 온라인(77만석 93%) 예매 비율이 역 현장(6만석 7%)보다 10배 이상 높았다고 하는데요, 언제나 명절 연휴 기차표 예매는 소위 ‘전쟁’이라 표현될 만큼 늘 치열합니다.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야 온라인에 접속해 표를 사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역 앞에 줄을 서서 표를 사는 노인 세대나 저와 같은 기계치들은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홈쇼핑도 핸드폰에 앱을 깔고 그것으로 결제까지 하던데, 혹 홈쇼핑에서 물건이라도 살라치면 저는 아직도 상담사와 연결하고 통화 후 결제하는 게 편하구요,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부교역자들의 도움을 받고, 기차표 예매나 비행기 티켓구매도 다 부교역자들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이게 불안해 보였던지 제 아내는 “이제 목사님도 이런 걸 배우셔야지, 지금이야 대신해 줄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지만 앞으론 어떻게 하시려구요?”라고 하더군요.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도 종업원에게 주문하기보다는 기계 앞에 서서 메뉴를 고르고 손꾸락(!)으로 주문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세대가 되었구요. 이 세대가 정신없이 변화하는 건 분명한데, 그걸 따라 가기가 버겁기만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신앙만큼은 ‘구닥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정신없이 변화하는 세대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신앙은 2000년 전에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 예수님만이 나의 구주라는 것입니다. 우리 믿음의 조상들이 걸어갔던 그 길을 우리는 걸어내야만 하거든요. 예전 우리 어머님들의 신앙은 오늘날처럼 그렇게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금은 프로그램도 많고, 세련된 예배당들도, 세련된 음악도 많지만 그 분들의 그런 영성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첫 번째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던 시절, 하루는 담임목사님께서 어느 교회를 지명하시며 “구역장들 훈련을 잘 시킨다니 어떻게 시키는지 보고 와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교회, 구역장들도 무지하게 많이 모였는데, 그 담임목사님은 기대와는 달리 이상한 얘기들만 하셨습니다.

“소련에 가서 먹을 게 없어 라면만 먹다 왔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나무처럼 곧아야 합니다. 잘라져야 합니다.” 등등 전혀 성경말씀의 문맥과 맞지도 않고, 이것저것 짜깁기 한 말씀들만 하고 혹 성경을 분해하면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해서 몇 주 계속 가면서 무척이나 실망하던 때였습니다. 

한번은 가기 싫은데도 목사님이 말씀 하셔서 가서 앉아 있는데, 그 목사님은 여전히 엉뚱한 말씀을 하고 계시던 중 ‘당신은 정말! 주님을 사랑하기 원한다’고 하시며 “주님을 진짜 사랑하는 자리가 저 경비 서는 자리라면 지금이라도 그 자리에 있길 소망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에 저 분의 저 고백은 ‘진짜’라는 마음이 들었고, 울음이 터져 나와 손수건도 안 가져 간 나머지 울다 울다 양말을 벗어 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요? 변화하는 세대를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고, 진짜 ‘구닥다리’ 신앙을 간직했던 어머니들의 신앙을 아직 닮지도 못한 것 같아 마냥 부끄러운 시간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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