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거사 회개할 때까지 역사적 죄악 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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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거사 회개할 때까지 역사적 죄악 알리겠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3.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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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의 양심적 신학자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

“일본이 진정으로 자기 죄를 회개하고 한국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과거를 잊지 마십시오.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기 때문입니다.”

▲ 일본의 양심적 신학자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는 “일본이 진정으로 과거의 죄를 회개할 때까지 과거사를 바로잡고, 피해국에 참회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81·네덜란드 라이덴대)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강하게 성토했다. 희끗한 머리카락과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굳은 신앙적 결연이 느껴졌다. 혹자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뼈아픈 과거는 그저 가슴에 묻고 오늘을 살라 말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직접 저지른 역사가 아니기에 무관심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무라오카 교수는 “불의한 역사에 침묵하는 것도 죄”라며, “공의로운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일본 제국주의의 끔찍한 악행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일본의 분명한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구약학자이자 양심적인 일본인 신학자인 타카미츠 무라오카 교수. 그는 지난 19일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강연에서 일본 제국주의 역사를 대신 사과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을 향한 간곡한 요청을 전했다.

그는 일본의 동경교육대학을 졸업해 1970년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식인 중의 지식인이다. 세계 곳곳에서 히브리어와 셈족어, 헬라어 등 다양한 언어를 강의하고 방대한 연구물을 출판하면서 언어학자로서 명성을 떨친 그가 일본의 역사를 대신해 참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퇴 이후의 삶을 놓고 5년간 기도했었다”고 운을 뗀 무라오카 교수는 “은퇴 후 아무런 행정책임도 없이 연구에 일생을 바친다는 상상만으로 행복한 삶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알고 난 뒤 학자로서 그저 평온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내가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진 않았지만, 나는 나의 국적과 관련된 부분에 침묵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제2차대전 종전 40주년을 맞아 바이츠체커 전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눈 먼 장님이 된다’고 경고했다. 과거를 덮고 왜곡된 진실로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에게 던진 쓴소리였다.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는 무라오카 교수는 “사실 우리 대부분은 일제시대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당시 태어나지조차 않은 이들”이라며 “직접적 경험이 없기에 사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그러한 끔찍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라오카 교수는 일본의 과거사를 알리고, 역사적 죄를 대신 참회하는 마음으로 수입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십일조로 바치는 것처럼 시간의 십일조를 드리기로 결단했다. 돈뿐이 아니라 시간 역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는 마음에서다.

2003년 네덜란드 라이든대학에서 은퇴 후 그는 아내와 함께 1년 중 적어도 5주 이상을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에서 무료로 성서언어를 가르치며, 일본의 불의한 과거사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실 과거의 불의는 덮어두고 무조건적인 화해를 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자세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무라오카 교수는 “무조건 과거를 용서하라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으며, 이는 ‘값싼 은혜’를 설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공의로운 하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불의한 일을 당했을 대 그 공의가 회복될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일본과 한국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로 인해 여전히 보이지 않는 갈등이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잘못된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지극히 작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과 한국이 서로에 대한 분노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역사적인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본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청했다. “일본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전범국가인 일본정부를 견제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지지하는 것도 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력히 이에 대해 진정한 회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무라오카 교수는 9개 아시아 피해국을 16년간 순회하며 참회한 사역의 발자취를 담은 책 ‘나의 비아돌로로사(겨자나무)’를 최근 국내에 발간했다. 책은 과거 일본의 만행을 속죄하며 신앙인으로서 역사적 과오를 딛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인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시고 ‘비아돌로로사’를 걸었던 예수님의 걸음처럼 저는 제 심신이 허락하는 날가지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사죄하고 진심으로 회개하는 날까지 우리는 부당한 과거에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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