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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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4.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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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엊그제 방송국 촬영이 있었습니다. 장학봉, 유병용, 하근수 그리고 저까지 포함 4명의 목사님들이 모여 토크 하는 중이었는데, 유병용 목사님이 뜬금없이 “목사님들은 외국에 나가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전화해서 ‘아내와 자녀들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도가 몇 분쯤 있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저희 모두는 ‘얼음’이 되어 버렸구요.

사람이 살다보면 별일 다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 주위에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목사님들도 계시고, 불미스러운 일로 어려움 당하는 분들도 계시고, 피치 못하게 아무 말도 못한 채 병석에 누워계신 분들도 계시고…. 좌우간 어떤 이유든 목회자인 내게 ‘만약’ 무슨 일이 생겼을 때에 대해 유 목사님은 질문한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 셋은 다 한마음으로, 우리 교회 어느 분에게 전화해서 내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 할지 생각하는 눈치였구요. 저도 갑자기 000장로님? 000권사님? 000 안수집사님?? 하는 생각들이 스치듯 지나가더군요.

사실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게 마음만으론 되지 않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음도 있고, 능력도 동반된다고 생각해야 부탁할 수 있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던 차라 당황스럽긴 했습니다. “목사님! 제 아내와 아이들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부탁은 들어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제가 부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함석헌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습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하는 내용의 시인데요. 그 시에 나오는 그대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묻는 말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고난주간입니다. 주님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자기를 배신했던 베드로를 찾아가십니다. 그리곤 부탁하시죠.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양을 먹이라”(요 21:17)

주님이 베드로에게 부탁하시듯 우리에게 부탁하셨습니다. “내가 다시 올 때까지 내 양을 사랑하고 돌봐 줄 수 있겠니?” 이 부탁을 받은 담임 목회자들이 그 주님의 부탁에 신실함으로 응답하는 게 목회 아니겠습니까?

주님께서 “내 양을 먹이라”, “내 양을 사랑하고 돌봐줄 수 있지?”하고 부탁 받은 사람이 우리 목회자들 아닐까요? 착하고 충성됨으로,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함을 가지고 주님의 부탁에 응답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나의 자아가, 나의 못난 교만이 붙들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중이네요. 


“주님~ 우리들을 긍휼히 여기시옵소서.”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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