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던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눈물로 심은 ‘35년 구국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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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던 머리가 희끗해질 때까지 눈물로 심은 ‘35년 구국기도’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9.05.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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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 통일기도회 현장 동행 르포

자신을 위한 기도제목으로도 한 시간을 채우며 기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한 시간도 아닌, 35년 동안 지속해온 이들이 있다. 새까맣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희끗해지고 팽팽했던 피부도 겹겹이 주름이 생겼다. 눈이 와도 비가와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타는 기도를 멈추지 않은지 어느덧 35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4년 창립된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회장:이정옥 사모)는 세계 복음화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로 지난 3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을 위해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심어왔다. 연로한 몸을 이끌고 매달 통일촌을 찾아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은 여느 젊은이들의 열정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지난 14일 오전 새문안교회 앞에서 출발해 파주 통일촌으로 향하는 전세버스에는 120명의 든든한 노장의 에스더들이 몸을 실었다. 유대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죽으면 죽으리라’(에4:15~16)라고 나아갔던 에스더처럼 이들의 기도 뒤에는 민족의 구원을 향한 아름다운 믿음이 있었다.

▲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는 세계 복음화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로 지난 3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을 위해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심어왔다. 이정옥 사모(우)와 김명옥 권사(좌).

이날 버스 안에서 만난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 회장 이정옥 사모(67·샬롬교회)는 지난 1996년부터 기도회에 참석해 23년간 빠지지 않고 민족을 위해 기도해온 에스더들 중 한명이다.

그는 “지금 제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기도하는 일”이라며 “누군가는 굳이 시간을 허비하며 거기까지 가야하냐고 묻지만, 북한 땅을 직접 바라보고 기도할 때 나라와 민족을 향한 마음가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직접 6.25를 삶으로 겪은 전쟁세대는 아니지만 가까이 있음에도 갈 수 없는 북녘 땅을 바라보노라면 민족을 향한 안타까움과 통일을 향한 열망이 더욱 커진다”고 전했다.

35년간 꺼지지 않는 ‘기도의 불씨’

버스 안에는 60대부터 시작해 많게는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노인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달리는 버스의 창밖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임진강이 민족분단의 현실을 더욱 더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이정옥 사모는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기도의 순례를 이어왔기에 똑같은 풍경이라고 할지라도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이렇게 머지않은 거리에 북한 땅이 있는데 기도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땅을 밟을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몸이 아프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담담히 이를 말하는 그의 고백 속에 20년 넘게 민족을 위해 우직하게 기도해왔을 모습이 연상된다.

19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 여성분과위원회의 기도모임에서 시작된 구국기도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성들의 기도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으며, 1984년 가을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가 설립됐다. 이후 1986년 아시아복음화대성회 여성분과위원회를 주도하며 전국적인 기도모임으로 확산됐으며, 영락교회 이성옥, 민병운 권사를 비롯한 2~30명의 여성들이 연합해 모임을 이끌었다. 소수 여성들의 기도모임에서 시작된 구국기도회는 이제 전국 각지에서 교단을 초월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는 여성들의 조직으로 확장됐다.

단체 설립 초기에는 스무 명의 여성들이 버스를 빌려 타고, 임진강 다리를 건너가기 전 야외공간에서 방석을 펼쳐놓고 앉아 기도하면서 기도회를 진행했다. 그것이 발전돼 북한과 최대한 근접한 곳에서 땅 밟기 기도를 시작한 것이 지금 통일촌교회에 모여 드리는 기도회가 됐다.

▲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는 세계 복음화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로 지난 3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을 위해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심어왔다.

이정옥 사모도 4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나라를 위한 기도를 시작했지만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젊은 나이에는 마음이 있어도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교회 일을 하느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따로 기도하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결국 나라를 위한 기도는 어른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그 다른 어느 때보다 기도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부르짖는 기도’가 북한 땅에 닿기를

검문소를 지나 이날 정오께 도착한 통일촌교회(담임:강덕진)에 도착한 회원들은 어느새 본당을 빼곡히 메웠다. 구국기도회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는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김학송 선교사가 직접 나와 ‘통일은 하나님의 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김학송 선교사는 2017년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경을 넘기 전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북한 보안기관에 의해 체포됐으나 2018년 5월 9일 극적으로 풀려났다. 김 선교사는 말씀을 통해 “저는 일 년 전만 해도 북한 감옥에서 어찌될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죽었던 제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기적같이 풀려났다”며, “여러분의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당시 북한당국에 억류돼 조사 받으며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야했던 김 선교사의 간증을 들으며, 예배당 여기저기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민족과 통일을 향한 이들의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으며, 하나님이 이제까지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것도 민족을 향한 누군가의 기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는 세계 복음화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로 지난 3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을 위해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심어왔다.

김 선교사는 “에스더와 같은 마음을 담은 여러분의 기도가 분단의 쓴 뿌리를 끊게 하고 통일의 문을 열게 할 것”이라며, “진리를 모르는 북한주민에게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나라와 민족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기도하라”고 당부했다. 김 선교사의 말씀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가 진행됐다. 찬양을 부르고 ‘주여 삼창’을 외치며 기도제목들 하나하나가 하늘에 상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자들이 손을 들어 부르짖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김명옥 권사의 인도로 진행된 이날 기도회에서 참석자들은 나라와 교회, 에스더를 위해, 총회를 위해 각각 기도의 손을 모았다.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 초기 멤버이자 제5대 회장으로 꾸준히 기도회에 참석해온 양재황 권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80세계복음화성회 여성분과위원회 회원으로 있다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의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도모임에 지금까지 참여하게 됐다. 어떠한 상황에도 매달 기도회에 참석했으며, 나라의 상황과 이슈마다 다른 기도제목으로 기도해왔다”고 밝혔다.

그의 현 기도제목에도 나라를 향한 진정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분단국가로서 이념적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진정한 하나 됨을 이루길 바랍니다. 더 이상 분열되지 않고 물리적으로나 영적으로나 하나 됨을 이루는 나라가 되길 기도하고 있어요.”

제10대, 11대 회장을 역임한 정영숙 권사(여의도침례교회)는 “벌써 40여 년간 나라를 위해 기도해오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께 강권적으로 잡혀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난 세월의 소회를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가 급격히 바뀌고 교류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기도가 절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결국에는 이 민족을 통일하는 것도 하나님이 하시겠지만, 우리는 기도함으로써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도의 경험이 묻어난 간증을 전했다.

▲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는 세계 복음화와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성들이 모인 단체로 지난 35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통일을 위해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심어왔다.

에스더구국기도회는 정기적으로 월례구국기도회를 가질 뿐 아니라 3·1절, 6·25, 8·15를 기해 특별기도성회를 갖고 있으며, 나라 정세나 정국에 따라 특별기도 제목을 놓고 전국 각지에서 땅 밟기 기도를 심고 있다. 오랜 기간 기도를 해왔지만, 순수하게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단체가 운영이 되기에 매달 전세버스를 빌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현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성북순복음교회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전세버스 한대는 회비와 십시일반 모여진 헌금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옥 사모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지속하기 위한 도움과 후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유대민족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단호히 나아간 에스더의 기도 때문입니다. 민족을 위한 기도의 불씨를 일으키는 이 일에 많은 도움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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