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마법, 그리고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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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마법, 그리고 스타!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06.1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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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82

잠언 3:21-22> 아이들아, 건전한 지혜와 분별력을 모두 잘 간직하여 너의 시야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그것이 너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너의 목에 우아한 장식물이 될 것이다.(새번역)

올해에도 나는 서울 시내 8개 중·고교에서 작가교실을 하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지만 그들과 함께 창작수업을 갖는 것은 작가로서 영광이자 축복이다. 선생님들은 온갖 행정업무와 함께 수업, 생활지도를 하느라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허덕인다. 그러나 나는 -미안할 정도로- 아이들과 즐거움만 누리니 말이다. 이 수업은 가을이 되어야 마치므로 이제 시작을 조금 넘어선 기간이다. 

그런데 나는 이번 수업에서 작년, 재작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이 사건(?)은 어느 중학교에서 일어났다.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소설을 쓰는 시간. 그 대신 그동안의 방식과는 다르게 모둠을 만들어서 소설 한 편을 완성하게 했다. 

혼자 글쓰는 것을 죽음처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4명, 또는 6명씩 모둠이 되어 소설을 시작하니 아이들은 마치 놀이를 하듯 즐거워했다. 

나는 우선 6명으로 이루어진 한 모둠의 이야기 바탕을 읽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게 뭐지?’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한 남자 한 여자와 사랑을 했다. 그러나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이별. 그리고 그 남자는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 하지만 이번에도 안타깝게 이별. 마침내 남자는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 그런데 상대는 남자!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를 한 뒤, 그 모둠의 자리에 가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동성애 얘기구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리더격인 여학생이 너무도 당당하게 대답했다. ‘네! 어때서요? 나는 문어다리가 여섯 개에요!’ 옆에 앉은 여학생은 ‘OO이는 여덟 개에요.’라며 키득거렸다. 문어다리?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물어보는 순간, 신뢰(?)가 깨지는 법. 나는 다 안다는 듯 ‘다리는 많은 게 좋은 게 아니야. 너는 몇 개니?’ 하고 남학생에게 묻자 ‘아휴, 난 그런 거 없어요!’ 라며 수줍어했다. 

대신 또 다른 여학생이 ‘야! 너도 하나 있잖아! 1반의 OO(남자 이름)!”라고 크게 말하자, 다른 남학생이 ’쟤는 문어다리 없어. 그냥 OO(여자 이름)이 좋아해!“라고 말했다. 그때서야 나는 알았다. 이 아이들이 말하는 문어다리는 동성애인이라는 것을.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는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의 글 방향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학생인권이라는 괴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가 막장드라마 같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다른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날 때까지 기도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일주일 뒤. 놀랍게도 아이들은 다른 글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법이야기였다.

다른 모둠들의 이야기는 친구관계를 제외하고는 허황된 판타지나 연예인 이야기 속에 자기들의 욕망을 그득 부어 담았다.  

도대체 지난 1,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나도 분명 한국 땅에 있었는데… 이 아이들도 1, 2년 전에는 초등학교 6학년이거나 중 1,2생들이었는데… 나는 일부러 탈무드 이야기를 해주며 기독인이 있냐고 물었다. 반 정도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기가 막혔다. 그런데 더 참담한 것은 수업 시간에 그 아이들 개개인에게 다가가 글 지도를 하며 성경에 대해 물었는데 말 한마디로 ‘무식덩어리’였다. 그냥 성경바보들이었다. 

화가 났다.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목회자들에게! 부모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지옥에 가면 우리 모두가 한자리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괴로워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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