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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헬렌 켈러가 될 수 없습니다”

기사승인 [1492호] 2019.07.09  17: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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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청각장애인 실태 전무…“정책도 없다”
시청각장애인 지원법 국회 계류, 서명캠페인

▲ 시청각장애인 지원법 제정을 위한 서명캠페인을 알리고 있는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 배우 강신일 김인권 박시은.

“단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우리가 잘 아는 헬렌 켈러는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볼 것이고, 둘째 날에는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볼 것이며, 마지막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습니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라고 대답했다.

헬렌 켈러는 두 살도 되기 전에 열병으로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갖게 됐지만 7살 때 앤 설리번이라고 하는 위대한 스승을 만나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평생을 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선구자가 됐다.

시청각장애인 헬렌 켈러는 훌륭한 스승의 교육과 지원이 있었기에 위대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시청각장애인들은 “우리는 헬렌 켈러가 될 수 없다”라고 낙담하고 있다. 그들은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2017년 한국장애인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약 250만명으로 이 중 청각장애인은 약 30만명, 시각장애인은 약 25만명에 달한다. 그런데 시청과 청각, 두 종류의 장애를 같이 가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통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통계가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도 태부족한 상황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각장애인 손창환 씨는 “오로지 수화통역사의 수화를 촉감으로만 이해해야 한다. 이 같은 촉수화를 익히는 것은 일반 수화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가까운 이동도 몇 배나 힘들지만 국가의 도움은 거의 없다”면서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많은 시청각장애인들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법적 정의조차도 존재하지 않고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도 없다”며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고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실정에 이르게 된다”고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60년대 이른바 ‘헬렌켈러법’이 만들어져 국립센터 등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법에 따라 ‘헬렌켈러 국립센터’가 운영되고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자립생활을 지원받고 있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화통역사를 집중 양성할 뿐 아니라 시청각장애인들의 자조모임을 독려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시청각장애인 지원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 다행히 지난 2월 이명수 의원 등 10명이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현재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법률안에서는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취해야 할 복지시책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법률이 제정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3년마다 시청각장애인과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복지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의소소통과 활동지원사 양성, 지원센터 등의 각종 지원사업이 추진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 통과를 위한 서명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법 제정뿐 아니라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서도 여론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법률안 제정에 참여해온 밀알복지재단(이사장:홍정길 목사)는 현재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도 시청각장애인을 알리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복지재단 내에서는 헬렌켈러센터를 운영하며, 우리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시청각장애인을 발굴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홍유미 팀장(헬렌켈러센터)은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법적 제도가 하루 속히 만들어질 수 있도록 밀알복지재단은 ‘우리는 헬렌켈러가 될 수 없습니다’는 서명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법안이 만들어져 시청각장애인이 세상에서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인창 기자 tackle21@igoodnews.net

<저작권자 © 아이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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