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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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묘사'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07.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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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⑥
▲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바다의 짠내가 점점 짙어지는 걸 느끼며, 우리는 목적지에 거의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철벅대는 물소리, 칼을 도마에 내려치는 소리. “그래 주모 남는 거또 엄따!” 날카롭게 들리는 아지매들의 외침은 수산시장이란 간판을 대신하는 듯 했다. 모두 하나 같이 장화를 신고 젖은 아스팔트 바닥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이곳에서 여러 가지의 삶의 스토리가 교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자, 저는 여러분을 부산의 수산시장으로 초대했습니다. 아직 어떤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이든 시작하기 좋은 판이 형성된 것이죠. 바로 오늘 소개할 스킬 ‘주변 묘사’에 대한 시범이었습니다. 독자들은 침대 위, 책상 앞, 혹은 지하철 등 글의 배경과 아주 다른 상황 속에서 글을 읽게 됩니다. 때문에 주변 묘사를 통해서 그들을 사건의 현장으로 초대하면, 좀 더 강한 몰입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새벽 2시의 거리에서 양복을 입고 술에 취한 채 홀로 쓸쓸히 도심을 걷는 가장을 보았다고 칩시다. 이 때 느낀 감정을 글로 묘사할 때, 그 신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만, 주변에 대한 묘사를 먼저 시작한다면 더 강한 몰입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새벽 2시의 도심은 어쩌면 그 자체로 ‘풍요 속 외로움’의 상징이니까요.

이런 ‘주변 묘사’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쉬운 스킬은 아닙니다. 우리가 대부분 글을 쓰는 상황은 이미 그 상황이 종료된 후이기 때문에, 오로지 기억에 의존해 묘사를 해야하니까요. 연습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 내 주변 환경 묘사부터 시작해보는 겁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그리고 이 기분의 원천이 되는 주변 환경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는 무엇인지. 이렇게 주변에 대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기르게 되면, 나중에 글로도 잘 녹아 나올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번 해볼까요? 저는 지금 숲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한가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람 장단에 맞춰 나무가지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 아래 개망초 꼬마들도 형아 따라 몸을 휘청이는 것이 나를 따라하는 우리 첫째를 보는 것 같아 미소가 나온다. 살짝 검은끼를 머금은 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어서 약간의 우울함은 있으나 요즘 같은 날에는 오히려 직접 내리 쬐는 햇빛이 우울함의 더 큰 근원일 것이라.]

*독자 참여 코너. pko8927@gmail.com 으로 여러분의 ‘주변 묘사’를 성함/소속교회/직분과 함께 보내주세요. 우수 독자의 성함과 짧은 평을 다음 번 칼럼에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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