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교회 식당이 목회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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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교회 식당이 목회의 ‘바로미터’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 승인 2024.04.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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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얼마 전 한 교회에 설교를 위해 방문했다. 점심시간에 교회에서 주는 식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담임목사가 하는 이야기가 코로나 이후 첫 식사란다. 그동안 쭉 주일 점심식사를 안 했단다. 그런데 외부강사도 오고 하니 행사가 진행되니, 겸사겸사 식사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교회는 신도시 지역에 있었고, 교인들은 30대가 주를 이루는 젊은 층이 많았다. 여느 교회와는 여건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4년 동안 교회 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이했다.

코로나가 지나면서 교회들이 사역을 재개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교회 식당을 여는 일이 어려워졌다. 식당을 안 하고 지내보니 교회 생활이 너무 편하고 예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매여서 고생했던 생각을 하니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난다. 많은 교회가 아마 이런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하는 말로 교회에는 주방의 권력이 있다고 한다. 그런 권력이 있기에 교회에 열심 있는 분들은 욕심을 내었던 자리이다. 그런데 2~3년의 공백을 겪고 보니 그 권력이 무상해졌나 보다. 오히려 그 부엌에 다시 들어가서 고생할 생각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어쩌면 그 2~3년 동안 권력자들이 나이가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교회는 쉽게 부엌을 다시 가동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다양한 타협책이 나왔다. 밥이 아니라 국수를 먹기로 한 교회가 있다.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외부인력을 부르거나, 용역을 주기도 한다. 교회에서 주변 식당과 계약을 맺고, 교회 쿠폰을 가지고 가면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교회도 있다.

이마저도 어려워서 교회가 갈등 가운데 있는 경우도 있었다. 들은 이야기이다. 당회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여전도회에 강권했다. 그런데 여성 리더십들이 다시 부엌을 가동할 마음이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담임목사가 자신이 부엌으로 들어가겠노라고 선포했다. 물론 속내는 이러면 여성들이 말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반응을 안 보인 것이다. 결국 당일이 되었고 장로들이 솔선해서 부엌으로 들어가고 담임목사도 예배 후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박수만 치고 있다. 그래서 그 담임목사가 무슨 핑계를 대고 부엌을 빠져나올지 고민이 크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들이 코로나 이후 변화된 교회의 모습이다. 3~4년의 공백 기간 동안 교인들의 열정이 예전 같지 않다. 교회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교회에 선포하고 함께 하자고 했는데 교인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건 교회만의 현상은 아니다. 사회에서도 친목모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회식문화가 변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젊은 층은 목적 중심의 모임을 주로 갖는다. 예를 들어 달리기 모임, 소위 이야기하는 런닝크루라는 모임이 있다. 20명 정도 되는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런닝을 하는 모임이다. 달리기를 할 때는 서로 격려하며 열을 지어 하나로 달린다. 그런데 끝나고 나면 박수 치고 서로 얼굴도 안 보고 헤어진다. 이들은 교제가 목적이 아니라 달리기가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이루고 나면 모임도 끝이다.

이런 모습이 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기대하는 공동체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바는 이에 적응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교회의 모습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대에 가능한, 그래서 현실적이고 실용 가능한 교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대에 합당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해야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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