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세속 모호한 아프리카, 신학적 안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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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세속 모호한 아프리카, 신학적 안내 필요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1.1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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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연구원, 지난 12일 남서울교회에서 포럼 개최
▲ 한국선교연구원은 지난 12일 서울 남서울교회에서 '아프리카 독립교회와 우상숭배'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아프리카의 뿌리깊은 전통 관습인 조상 숭배 사상과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관계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은 유교 사상이 널리 퍼져있었다. 자손들은 조상을 위해 제사 지내는 것이 당연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불효라고 여겼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이 한국에 흘러들어오면서, 한국교회는 제사를 ‘귀신에게 절하는 것, 우상 숭배’로 여기며 금기시 하게 됐다. 

유교 사상이 포진됐던 과거 한국처럼, 아프리카에도 조상 숭배 문화가 활발하게 퍼져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아프리카 교회는 조상 숭배 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앙 문화를 형성했다. 

한국선교연구원(원장:문상철)은 지난 12일 서울 남서울교회에서 ‘아프리카 독립교회와 조상숭배’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는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사역하는 문대원 선교사로, 아프리카 곳곳에 세워진 독립교회들의 현황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프리카인에게 조상이란
과거 한국교회는 조상 숭배 문화를 금기했기 때문에 많은 신앙인들이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고수했고, 교회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문대원 선교사는 “아프리카의 독립교회와 조상 숭배에 대해 논하기 전, 현지인들에게 조상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아프리카인들이 중요시하는 조상에 대해 설명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조상’을 신과 사람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믿는다. 그들이 믿는 ‘조상’은 숨을 거둔 뒤 영혼이 되면 영적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동시에 생전에 익혔던 사람의 언어도 기억하고 있다고 믿는다. 결국 영적인 언어와 사람의 언어에 능통한 ‘조상’은 사람과 신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의 전통 세계관에서 죽은 자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이다. 또 살아있는 가족들 일상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다”며 “현재 아프리카에서 거주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며, 많은 아프리카 기독교인들이 개종한 후에도 조상을 향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독립교회 현황
문대원 선교사는 아프리카에 세워진 독립교회들을 조상 숭배를 기준으로 해, ‘에티오피아 교회’, ‘선지자적 치유 교회’, ‘오순절 교회’ 이렇게 세 부류로 구분했다.

19세기 후반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 세워진 에티오피아 교회는 아프리카인들의 문화 정체성을 정착하려는 성향이 있으며,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 조상 숭배 문화에 대해서도 가장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교회는 조상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신앙의 일부로 치부한다. 그들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성경구절처럼 자신들에게 부모와 같은 조상을 섬기는 것이라며 변증한다.

선지자적 치유 교회는 기존 아프리카 교회들과는 상관없이 영적이 능력을 가진 선지자들이 모여 교회 제도권 밖의 일반 대중으로부터 시작한 곳이다. 주로 도시보다는 시골 지역의 소외된 계층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일부다처제는 허용하지 않지만 아프리카 주민들이 조상과 연결 정신을 대체할 기독교적 의식을 모색한다. 조상 숭배 대신 치유 의식 및 예배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20세기 후반 이후 아프리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된 오순절 교회는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허름한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이들에게서 방언과 치유 등의 역사가 종종 발생한다. 

오순절 교회는 조상보다 성령을 더욱 중요시 여기며 굳이 조상에게 기도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또 과거의 조상 숭배 등의 전통 및 관습을 악한 행위, 죄악으로 평가한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독립교회가 나뉜 상황에 대해 문 선교사는 “아프리카 독립교회는 아프리카인들이 진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신앙 공동체”라며 “아프리카 정체성과 기독교 신앙 모두를 중요시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역할을 담당하다보니, 조상 숭배를 금지한 유럽 선교사들과는 달리 아프리카인으로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했다.

▲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문대원 선교사는 "아프리카의 전통 세계관에서 조상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이다. 또 살아있는 가족들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문화 이해하는 선교 필요
문대원 선교사는 아프리카 독립교회의 문화와 전통의 영향을 모두 이교적이고 미신적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종교적 영역과 세속적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영적인 문제와 물질적인 부분 역시 뚜렷하게 선을 그어놓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기독교는 그들의 전통 종교의 다양한 의식을 변화시키면서까지 기독교 신앙과 그들의 문화를 결합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문 선교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독립교회는 기독교 복음을 아프리카의 문화적, 사회적 상황에 알맞게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대원 선교사는 아프리카 독립교회들이 기독교를 서양의 종교로 판단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앙으로 변화시키고 접목시킨 일은 고무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서는 아프리카 독립교회 중 조상을 예수님과 동일하게 여기는 에티오피아 교회의 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과거 한국교회가 유교사상이 담긴 제사를 철저히 배제시킨 것과 그 대안으로 추도예배가 생겨난 것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아프리카 독립교회가 이후 조상숭배에 대해 전면폐지 할 것인지, 아니면 전면허용 할 것인지, 대안이 마련됐는지에 대해 토론했다. 
문 선교사는 현재 아프리카 독립교회 중 에티오피아 교회와 같은 조상 숭배 문화를 가진 교회보다, 오순절 교회의 영향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대원 선교사는 “세계기독교학에서는 그들의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정화할 지에 대한 역할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그리스도로 전이시키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지만, 그들의 전통과 정체성, 문화를 우상시하고 죄악으로 여기며 왜곡하지 않는 신학적인 견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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