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행전]짜증거리 대신 ‘감사거리’ 만들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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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행전]짜증거리 대신 ‘감사거리’ 만들어주기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4.04.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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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77)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샌디에이고는 생활 여건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그래서인지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산다. 거기에서 몇 달 지내본 적이 있다. 한국인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 관심은 거기서도 여전하다. 성적 뿐 아니라 교우 관계에도 신경을 쓴다. 자녀들이 가까이, 또는 멀리 해야 할 친구를 부모가 미리 구분해준다. 그러니 한국에서 아이가 전학을 올 때마다 그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한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인지, 부모 직업은 무엇인지 등…. 여기에 궁금해하는 게 하나 더 있다. 그 아이가 욕을 하는 아이인지, 아닌지다. 한국 아이들이 욕을 너무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욕을 안 하는 우리 손주들 인기가 좋았다.
괌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어느 해변을 걷다가 현지인 둘을 만났다. 대뜸 우리말로 “한국인이냐”고 물어왔다. 동두천 미군 부대에서 근무했단다.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말을 얼마나 아는지 물어봤는데, 욕설이 대부분이었다. 아름다운 해변 경치로 평화로웠던 마음에 화가 치밀어 바로 헤어지고 말았다.
어느 중학교 교사가 새 학기를 맞아 담임을 맡았다. 그 반에 지난 학기에 다른 담임교사의 속을 많이 썩인 학생이 있었다. 한번은 그에게 칭찬을 해주었는데 아주 흡족해하면서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선생님, 졸라 고마워요, ㅆㅂ!” 이제 아이들에게 비속어나 욕설은 추임새나 감탄사 정도가 되어 버렸다. 어느 조사 결과를 보니 어린이나 청소년 10명 중 7명은 매일 욕을 한단다. 이미 습관이 돼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라, 남들이 쓰니까, 센 척하느라, 그리고 친근감을 표시하느라 욕설이나 비속어를 쓴다고 한다. 욕할 때 아무런 느낌도 없다. 
우리의 욕설이나 비속어는 매우 창의적이어서 그 종류를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존X’, ‘씨X’처럼 욕설이나 비속어는 대부분 남녀의 ‘성기’와 관련이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 어원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폭력 영상물, 게임 등의 미디어를 통해 노래로, 유행어로 욕설과 비속어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아가 욕설 마케팅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더 강하고 격하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욕설 대사와 폭력 장면이 가득한 영상물로 돈을 버는 무책임한 영상물 제작자들과 욕쟁이 연기자들에게 욕 한 마디 걸쭉하게 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욕의 뿌리는 분노(火), 짜증거리를 감사거리로 바꿔주자!
비속어나 욕설은 상대방이나 환경을 저주하거나 비난하거나 원망할 때, 또는 비하하거나 차별할 때 나타내는 감정적인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한탄, 짜증, 자포자기, 푸념 등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욕설은 대부분 경음(硬音)이나 격음(激音)이다. 마음이 굳어지니 소리도 딱딱해지고, 마음이 격해지니 소리도 격해지는 것이다. 상대방을 향한 욕설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싸움으로 발전하기 쉽다. 자신을 향한 욕설도 주위 사람을 불쾌하고 불안하게 한다. 결국 둘 다 소통과 대화를 막게 된다.
물론 우리의 표현은 언어(Text)만이 아니라 맥락(Context)으로 해석해야 할 때가 있다. 친근감을 강하게 나타내기 위해 비속어나 욕설을 쓰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표현은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줄 때에만 허용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 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욕은 습관이다.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여자배구 선수는 경기 중 입에서 욕이 나올 때마다 ‘ㅆㅂ’을 ‘식빵’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 축구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게임이 잘 안 풀린다고 ‘ㅆㅂ’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선수의 입 모양을 보게 된다. 
욕설이나 비속어의 뿌리는 분노(火)다. 기쁨과 평안, 사랑과 존중, 감사가 가득한 마음에서 그런 게 나올 리가 없다. 욕설과 비속어가 이처럼 난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짜증나는 세상’에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욕설 문화는 경쟁과 차별이 판치는 열악한 삶의 반영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삶에 분노가 넘치니 욕이 나오는 것이다. 공부, 과제, 성적, 학원 등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짜증거리들을 개선해줘야 비속어와 욕설도 줄어들 것이다. 아이들에게 짜증거리 대신 감사거리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지 교회도 고민해야 한다. 감사가 백신이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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