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시행 앞두고 부작용 대책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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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시행 앞두고 부작용 대책 ‘깜깜’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8.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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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의원 등 지난 21일 “종교인 과세 준비부족 여전”
▲ 지난 2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을 만나 종교인 과세의 시행 의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제공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준비를 거친다면 예정대로 2018년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을 비롯한 24명 국회의원들은 지난 9일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위한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언론들은 반대여론을 의식해 김 의원이 종교인 과세유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고 보도했지만, 종교인 소득 과세시행을 위한 당국의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유예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표 의원은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과 함께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세당국이 종교인 과세를 위한 준비를 6월에서야 뒤늦게 시작했다. 구체적인 대비가 없다면 향후 조세마찰 등으로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각 종단별 수입종류와 비용인정 범위가 다른데도 상세한 과세기준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1일 시행예정인 종교인 과세의 경우 종교인들이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해서 납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 납부한 경우에만 근로장려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이 동일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그 방법에 따라 근로장려혜택 적용여부가 다르게 결정되는 것은 불공평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사업소득자로 등록된 무속인들은 근로장려세제를 적용받지만, 유사한 경제생활을 영유하는 다른 종교인들은 근로장려세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대로 추진된다면 조세형평성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신고와 납부 방법에 관계없이 모든 종교인 소득에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납세자인 종교인들이 과세항목을 선택하도록 한 것도 종교인에 대한 특혜라는 반발도 예상된다. 

이처럼 유예법안 발의에 동의한 국회의원들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준비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종교계에서는 탈세 관련 제보로 인해 세무조사가 이뤄질 경우 제보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원들은 종교인 과세제도가 우려를 딛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는 각 종교, 종단과 협의해 종교단체별 소득원천과 비용인정 범위, 징수방법에 대해 상세한 과세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여전히 확보되지 못한 종단별 소득구조 특성에 대한 자료조사가 중요해 보인다.

또 “세무공무원이 종교단체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무조사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규정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종교단체 내부 갈등이나 이단세력의 개입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진표 의원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협의과세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탈세 제보가 있을 경우 각 교단에 이첩해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추가 자진신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 여론 대다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 우려사항과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종교인 과세 자체는 이제는 불가피하게 여겨지고 있고, 기독교계 안에서도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제도로는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게 될 때에는 정부당국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도 문제이며, 종교단체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이른 데 대해서는 종교계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종교계, 좁게는 한국교회 안에서도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종교인 과세 의지를 드러낸 후 견해가 좀체 모이지 않았다. 정부뿐 아니라 종교 간 소통도 부족했다. 

천주교는 이미 원천징수 납세를 하고 있고, 불교계는 내부에서는 이견이 상당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찬성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개신교 안에서는 보수교계는 반대, 진보교계는 찬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평행선만 달려왔다. 

지난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주요 6개 한국교회 교단장들이 자리를 함께했지만, 교단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분위기가 달라 일치된 견해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후문이다. 한 참석자는 국무총리와 만나기에 앞서 교단장 사이에 다소 격앙된 대화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했다. 

이날 이 총리는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하며, 종교계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과도한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상징적인 차원에서 과세를 시행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 설명했다.

종교인 과세시행이 4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국교회 안에서는 여전히 방법론을 두고, 반대운동 주도권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이다. ‘종교인 과세 2년 유예가 필요하다’, ‘법안 자체를 폐지하고 자발적 납세로 가야한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 등 한국교회 내부 입장이 방법론적으로 판이한 상태이다. 

25명 국회의원이 발의한 2년 유예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종교인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된다. 유예여부와는 관계없이 각 교단 차원에서는 과세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세무행정 등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장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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