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궂지만 그 안에 뼈 때리는(?) 해학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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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지만 그 안에 뼈 때리는(?) 해학 담았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8.06.18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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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짓궂은 교회 사전’ 화제
기독교 용어에 대한 신선한 해석에 ‘공감’

“재벌 2세의 책임감과 서민의 경제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포지션.” 무엇을 설명하는 말일까. 바로 ‘목회자 자녀’에 대한 해석이다.

이처럼 사전의 형식을 빌려 교회의 모습을 해학과 풍자로 이야기하는 사전 ‘짓궂은 교회 사전’(https://www.facebook.com/pg/nauchudic)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다. 지난달 오픈한 페이스북 페이지 ‘짓궂은 교회 사전’은 오픈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3천 7백여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지금껏(6월 18일 기준) 47번째 단어가 업로드 됐는데, 새로운 단어가 올라올 때마다 공유는 물론 공감을 나타내는 ‘좋아요’ 표시를 수없이 받으며 영향력 있는 페이지로 성장하고 있다.

페이지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단어들은 ‘카톡 답장’, ‘율동’, ‘은혜롭다’, ‘신학생’, ‘사모님’, ‘SM58’, ‘마지막 날에’ 등이 있다.

‘짓궂은 교회 사전’식으로 차례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카톡답장’은 “찬양팀 리더, 청년부 회장은 평생 받을 수 없는 것”을 뜻하는 단어로 많은 공동체 리더들의 공감을 받았다.

“좌우대칭을 향한 집착이 만들어낸 기독교 무용의 한 장르”를 뜻하는 명사는 ‘율동’을 지칭한다. “왼쪽부터에요? 오른쪽부터에요? 라는 물음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들리고 있을 것”이라는 부연설명이 신선하다.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은혜롭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멋있다’, ‘쩐다’, ‘감동적이다’의 기독교식 표현”으로 소개해다. “단어는 성경에서 따 왔으나 성경의 용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일침도 눈에 뛴다.

“또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말이 긴 사람을 뜻하는 명사”는 바로 ‘신학생’에 대한 설명이다. “평소에 까불거리던 신학생이 어느 순간 급 진지하게 눈빛을 한다면 빠르게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코멘트가 웃음을 짓게 한다.

‘사모님’은 “조선시대 종갓집 며느리의 덕목을 요구 받는 사람을 이르는 말(장님 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로 “경우에 따라 저 항목을 ‘요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설명에는 웃지 못할 숙연함이 느껴졌다.

교회 음향 담당 혹은 찬양팀 담당자들이 공감을 보낸 단어도 있었다.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마이크 ‘SM58’은 “하도 흔하게 쓰는 거라 3,4만원 하겠거니 했다가 실제 가격을 알면 깜짝 놀라는 마이크. 그럼에도 오늘도 누군가는 바닥에 떨어뜨린 마이크”라고 정의됐다. 운영자는 해당 게시글에 “쿵! 마치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그 소리는 스피커를 타고 온 예배당을 울렸다. 마침 리버브도 켜 있던 상태라 그 울림은 엔지니어의 좌심실까지 꽂혔다”고 코멘트를 달아 웃음을 자아냈다. 댓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을 나타내며 마이크를 떨어뜨리지 말자고 다짐하는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가장 압권인 단어는 ‘마지막 날에’였는데 “흥겨운 분위기와 간단한 코드로 많은 찬양팀이 애용하는 곡”이라는 해설이 달렸다. 이어지는 “그러나 가사의 뜻을 아는 사람은 채 1%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에는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위트가 녹아 있다. 댓글에서도 “학교 가는 길에 이 페이지 정독하다가 몽둥이로 얻어맞았다(정곡을 찔렸다는 표현)”‧“진짜 뜻을 알면 무섭고 함부로 부를 수 없는 곡”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일반 유저들의 참여를 통한 응모전도 진행했는데 1위로는 “성령님과 같다. 보이진 않지만 있답니다”라는 뜻의 ‘전도사’(익명의 전도사)가, 2위로는 “반주기”라는 뜻의 ‘반주자’(김진원/찬양팀 반주자), 3위로는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과제를 깜빡 잊고 안했을 때 내일 시험일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는 뜻의 ‘마라나타’(익명의 목회자)가 선정됐다.

▲ 짓궂은 교회 사전 운영자 차성진 목사(임마누엘 덕정교회)

이 페이지의 운영자는 현재 임마누엘 덕정교회에서 사역중인 차성진 목사(백석대신대원 졸/백석대 철학과 07학번)다. 차 목사는 조금은 짓궂고 가볍지만 그 안에 해학을 담은 기독교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로 이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또 다른 대형 기독교 페이지 ‘3분 묵상 카드설교’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지금의 문화를 즐기는 세대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언어로 교회와 기독교, 교리에 대해 풀어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짓궂은 교회사전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기독교 문화에 대해 웃기지만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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