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사를 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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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사를 잊은 세대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0.23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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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유년시절 주일학교에 다닌 크리스천이라면 이 구절은 매우 낯익은 성구일 것이다.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그저 외우느라 바빴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이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깨닫는다. 그리스도인에게 진짜 ‘감사’는 기쁠 때 드리는 것이 아닌, 하나님께서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드리는 것이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팍팍한 현실을 마주하면 이내 불평불만이 쏟아지니 말이다.

비단 기자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병원가라는 냉소가 더 어울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이를 증명하듯 흑수저부터 헬조선·푸어(poor)족까지 지금 우리사회에는 처지를 비관하고 미래를 부정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특히 취업난으로 결혼, 출산 등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N포 세대’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얼마 전 기도원에서 10년째 청소부로 일하고 계신 한 성도의 고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간혹 어떤 이들은 제게 냄새나는 쓰레기를 치우는 극한 직업을 가졌다며 동정의 시선을 보내지만, 도리어 저는 예배의 자리를 깨끗이 섬길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마이크에 부딪혀 앞 이빨이 깨졌는데도 ‘계속 찬양할 수 있음에 감사’라고 외치는 싱어부터 주일마다 간식을 준비하고 예배 자리를 안내하는 이까지…한 번의 예배를 위해 여기저기서 헌신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어느덧 추수감사절 시즌이 돌아왔다. 아무리 감사를 잊은 빡빡한 세대라지만 다시 한 번 진정한 감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야 할 때다. 씨를 뿌리고 기쁨의 단을 거두듯, 인생에 감사의 씨앗을 뿌려 더 큰 감사거리를 수확하는 것은 어쩌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믿는 우리들의 특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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