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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겐 ‘천국 소망’을, 유족에겐 ‘삶의 희망’을 드려요.”

기사승인 [1469호] 2019.01.15  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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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 환자와 유가족 돌보는 ‘나룻배 터 선교회’

‘별세 신앙’으로 두려움 극복…임종 5분 전에도 영혼구원
영적·심리적·물질적 케어 등 유가족 위한 ‘전 방위’ 지원

▲ 호스피스 환자들이 병상에서 세례를 받고 있다. 나룻배 터 선교회는 호스피스 환자들을 위해 영적·정서적·물질적 케어를 아끼지 않는다.

예견된 ‘죽음’을 앞두고 상실과 체념의 무거운 분위기만 감돌 것 같은 곳에 찬양과 말씀이 울려 퍼진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천국에 소망을 둔 ‘복음’을 접한 환자들 마음에는 평안이 깃든다. 호스피스(Hospice) 병동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해지는 현장이다.

그런데 ‘나룻배 터 선교회’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임종 후 쓸쓸히 남겨질 가족들에게도 관심을 쏟는다. 호스피스의 역할은 환자가 병동에서 숨을 거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남은 가족의 슬픔까지도 보살피는 것이라고 여기는 선교회 대표 김현숙(65세·인천 송월장로교회) 전도사의 신념 때문이다. 그에게서, 환자와 사별가족에게 육체적·정서적·영적 케어뿐 아니라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 선교회의 전 방위 사역을 들어봤다.

▲ 나룻배 터 선교회 대표 김현숙 전도사.

환자들과 울고 웃은 20년
나룻배 터 선교회가 세워진지는 불과 6개월이다. 그러나 선교회를 이끄는 김 전도사가 처음 환자들과 인연을 맺은 건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립병원에서 일하면서 그는 특히 노숙자 등 수많은 ‘행려환자’들을 마주했다. 대개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간암 환자들이었는데 남루한 행색에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깊이 절절한 안타까움과 사랑이 솟구쳤다. 이후 2009년 안양 샘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면서 김 전도사는 이 사역에 전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마음으로 호스피스 환자들을 품겠다고 다짐한 김 전도사에게 다소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젊은 아내를 먼저 보내고 죄책감으로 방황하던 사별가족 중 두 명이 자살과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는 사별가족의 고통어린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물론 호스피스 병동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이들을 위한 별도의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사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김 전도사마저도 갑작스레 남편을 잃은 ‘사별가족’이 되면서 이런 생각은 ‘확신’으로 번졌다. “막상 제가 사별가족이 되니,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만 묻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챙겨주고 공감해주는 이는 없더라고요. 다들 자기 살기 바쁜 겁니다. 그런데 호스피스 병동을 떠난 유가족들은 오늘도 사별의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요. 그 무엇으로도 죽음의 빈자리를 쉽게 채워줄 수 없기에, 그들에겐 밧줄처럼 끊어지지 않는 격려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역은 누구나 해야 하는데 누구나 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4년 전부터 김 전도사는 호스피스 사역에 뜻이 있는 주변인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오미와 룻처럼 배우자를 잃고 살아가는 이들의 쉼터’란 의미에서 ‘나룻배 터 선교회’로 이름을 정했다. 때가 되자 하나님은 기독교상조회를 비롯해 선교회 조직에 꼭 필요한 ‘인적 자원’을 보내주셨다.

덕분에 지난해 6월 선교회는 오픈예배를 드리고 정식 출범을 알렸다. 상담·후원관리 등 8개 분야의 팀장들과 협력 교회 및 목사들, 봉사자 등 수십여 명의 회원들로 이뤄진 선교회는 이제 여러 대학병원 내 호스피스 병동과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환자들 및 유가족들까지 책임지고 있다. 단, 사례비는 일절 받지 않는다. 십시일반 모인 후원금과 한 달 1만원씩의 회비를 거둬 선교회를 운영하며 이외 들어가는 자금은 모두 자비량이다.

▲ 김현숙 전도사가 호스피스 환자들 앞에서 예배를 전하고 있다.

기적이 일어나는 ‘영혼 구원’선(船)
나룻배 터 선교회의 가장 기본사역은, 단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암 환자들을 영접시키고 병상 세례를 베푸는 것이다. 호스피스 병동은 육이 아닌, 영의 회복이 일어나는 곳으로 환자들이 ‘별세 신앙’을 갖고 죽음을 잘 준비해나가도록 돕는 곳이다. 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섣부른 전도는 도리어 독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는 조급함에서 내뱉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자극적인 선포는 환자를 극도의 두려움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반대로 ‘치유의 기적’을 이야기하는 것도 위험하다.

“호스피스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죽음을 거부하는 겁니다. 특히 예수 믿는 사람일수록 ‘하나님이 고쳐주신다’는 믿음 때문에 삶의 미련을 더 내려놓지 못하죠. 그런 환자들에게 무조건 희망을 줘서는 안 됩니다. 대신, 천국을 바라보고 평안한 마음으로 눈감을 수 있게 도와줘야 하죠. 내일도 하나님이 주셔야 있는 것이라며, 죽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호스피스 선교는 ‘웰 다잉’(Well-dying)이에요.”

선교회는 특히 일반 병동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사각지대 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찾아간다. 때론 중환자실도 마다하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미처 마음의 준비도 못하고 떠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시간이 없어요. 호스피스를 완화의료라고 하지만, 진통제 패치 붙여주는 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 영혼이 진짜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임종 기간조차 거치지 않고 눈을 감는 환자들이 더러 있다. 끝내 복음이 들어가지 못한 환자들도 왜 없을까.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 제일 죄송하고 힘들어요. 동시에 영적 소진도 상당하죠. 불신자부터 불교신자·이단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들어오는데, 아무리 전문교육을 받은 봉사자라도 성령 충만하지 않으면 이 영적전쟁을 이기기 힘듭니다.”

반면, 인생을 마감하기 5분 전에도 ‘하나님이 택한 백성이 구원받는’ 놀라운 역사가 일기도 한다. 그래서 김 전도사는 선교회를 ‘구원선’이라고 표현한다. 이 같은 사명감에 선교회는 지난해 연말, 협력교회인 인천 창일교회를 통해 한 요양병원 내 무연고 환자들에게 간식과 생필품을 선물하기도 했다. 해당 병원에서 매주 한 차례 예배를 드리는 창일교회 주철순 담임목사는 “교회 혼자서는 일일이 환자들을 심방하고 살피기 벅차다”며 “복음의 황금어장인 병원 선교가 하나님의 일이라 생각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선교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애도 상담의 핵심은 ‘관계 회복’
한편, 선교회는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우선은 ‘애도 상담’인데, 이때 중요한 원칙은 ‘마음 헤아리기’다. 본인도 사별가족으로서 동병상련을 겪은 김 전도사는 봉사자들에게 “불쑥 던진 말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최대한 당사자의 감정에 몰입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삶의 목적을 잃거나 우울증에 빠진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소망을 심어주는 애도 상담은 영적 케어가 가능한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관계 회복’은 애도 상담의 핵심이다. 고인에 대한 죄책감, 남은 가족들끼리의 불화, 하나님에 대한 원망 등 일그러진 관계를 건강하게 재정립하는 것이다. “부부가 평생 등 돌리고 살다가 임종 직전에야 손 붙들고 응어리를 풀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가족인 남편이 오죽하면 저를 ‘제 아내 손잡게 해준 사람’이라고 기억하겠어요. 그 스킨십이 너무 고마웠던 겁니다. 이게 관계 회복이에요.”

선교회는 유가족들에게 장제비를 지원하고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이는 유가족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혹은 장례를 부탁할 교회가 없어 곤란한 경우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 아예 가족이 없거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장례를 치러 주다보면 형편이 정말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치료에 많은 돈을 쏟다보니 당연히 재산이 마이너스 될 수밖에 없죠.”

고인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에 어린 자녀까지 뒀다면 경제적 어려움은 배가 된다. 이에 선교회는 향후 △각 가정환경에 맞는 일자리 연결 △유가족모임 활성화 △저소득층 가정의 집수리 지원 △청소년 장학금 지원 △전문 상담사를 통한 심리치료 △가족여행비 지원 등 지원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나룻배 터 선교회의 최종 목적지는 ‘호스피스 쉼터’입니다. 병상에 누워만 있어 답답한 환자와 가족들이 언제든지 빈손으로 들러 바다도 보고 바람도 쐬고 갔으면 좋겠어요. 재정이 넉넉지 않아도 쉬고 싶을 때 맘껏 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수연 기자 ksy@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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