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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자’가 아닌 ‘복음주의자’로서 나라사랑해야

기사승인 [1489호] 2019.06.13  17: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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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보훈의 달 특집]3.그래도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우리나라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국제대회 결승에 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장을 누빈 선수들을 향해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애국심과 태극기라는 단어가 젊은 세대에 갈수록 흐려지고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축구경기를 보며 한 마음으로 한국을 응원하다보면 어느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비단 축구 경기뿐일까. 

당장 머물 나라가 없는 난민들과 이주민의 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새삼스레 잊고 있었던 나라의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애국과 보훈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국가는 여전히 나를 보호해주는 울타리이자 뿌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사랑하고 싶지만, 마냥 사랑하기 힘든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 속에 “그래도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마음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

▲ 호국보훈의 달 6월, 애국심과 태극기라는 단어가 젊은 세대에 갈수록 흐려지고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도합니다”

나라를 향한 사랑은 현 민족의 현실과 아픔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 갈등과 세대 간 인식차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이념적 갈등 이면에는 나라 분단이라는 암울한 현실이 있다.

민족적 과제인 통일을 통해 이 나라가 분단의 아픔에서 벗어나 온전히 하나 된 대한민국을 이루길 기대하며 간절히 눈물로 기도를 심는 이가 있다. 한국에스더구국기도회 이정옥 사모(67·샬롬교회)는 매달 북한 임진각을 밟으며, 통일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사모는 “나라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족의 아픔인 분단을 뛰어넘어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지금의 내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젊은 세대는 여러 현실적 문제와 어려움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기도할 때 통일은 찾아올 것이고 마침내 후세대에게 통일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가 구세대의 몫인 것만은 아니다. 매주 목요일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리는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에 참석해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청년들도 있다.

사랑의교회 북한사랑선교부 이수진 자매(39)는 “이 땅의 크리스천으로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셔서 2017년도부터 꾸준히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기도를 하다보면 열방을 하나님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에 온전한 평화가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매일 새벽기도에 나와 기도하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는 빼놓지 않는다는 정한나 교사(34·수원 유신고)는 “나라와 민족은 나의 뿌리이자 정체성”이라며, “나라가 있어야 내가 존재하고 보호받는 것처럼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족의 선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지금의 국가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리 후손들에게 더 나은 미래와 국가를 물려주기 위해 더욱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라와 민족공동체를 돌보는 것이 이웃사랑의 실천이라고 고백했다.

정 교사는 “성경에서도 공동체는 너무 중요했다. 우리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로컬처치가 글로벌처치이듯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 세계 열방을 품고 기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성경이 말하는 ‘나라사랑’의 의미

성경적 관점에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도 바울은 많은 이방 사람들이 회개하고 주님께 돌아왔지만, 정작 자기 동족인 유대민족은 복음을 방해하고 예루살렘 교회를 핍박하는 것에 큰 고통을 느꼈다. 그런 가운데 사도 바울은 로마서 9장 3절을 통해 ‘나의 형제 곧 골육의 친척을 위하여 내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원하는 바로다’라고 말했다. 자기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내 생명을 다 바쳐도 좋다고 하는 애족애국의 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박종화 목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는 말씀에 기독교인이 취해야 할 나라사랑과 민족사랑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내 민족 사랑에 하나님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편에서 나의 민족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나치 독일군을 단적인 예로 들고 “애국과 민족주의는 엄연히 다르다. 나치와 독재는 하나님을 자기민족에 이용한 것”이라며, “하나님이 우리 민족의 편이 되라고 하지 말고, 우리 민족이 하나님의 편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과 공의에 합하는 것이 참된 나라사랑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고 한경직 목사는 생전 설교에서 “신앙과 애국심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신앙이 있다고 하면 우리는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믿지 않는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민족을 향한 사랑 위에 하나님 나라가 있음을 강조했다.

한 목사는 “성서적 애국심이란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를 넘어서서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우선적으로 구하는 것”이라며, “민족과 나라가 아무리 귀하다고 해도 하나님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타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니다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 대한 적개심을 갖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종합해보면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나라사랑은 타민족을 배제하고 우리나라만 우선시하는 배타적 입장이 아니며, 폭력에 대한 반대, 정의와 자유에 대한 수호 등 공적 이익이 앞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시대 민족을 빼앗기는 역사적 위기를 겪었던 당시 신앙선조들의 자세를 통해 진정한 나라사랑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남강 이승훈 선생은 일평생 민족 계몽과 교육을 위한 운동에 온 힘을 쏟았다. 한때 그는 우리 민족만을 생각하는 민족주의자로 살았지만, 하나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그런 그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을 펼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도 민족을 향한 사랑 이전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관점을 우선시 했다. 그는 교회가 조국의 미래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며 하나님으로부터 우리 민족을 떼어낼 수 없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민족주의자가 아닌, ‘하나님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정현교회 교인들을 향해 설교하면서 민족주의자들은 교회당에서 나가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명혁 목사는 “이승훈 선생은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 ‘이 땅에 많은 민족이 살고 있지만 전체 인류는 결국 한 가족’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내가 지금껏 일본에 대항해 싸운 것은 그들의 불의 때문이지 민족이 다르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목사는 “이승훈 선생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나라 사랑의 의미가 국수적이고 배타적이고 편협한 민족주의로 가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은 이웃사랑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나라 사랑에 대한 선조들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족적 과제인 통일을 위해 적개심을 내려놓고 한 민족으로 품어야 할 이웃인 북한도 있다. 박종화 목사는 “북한도 남한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북한도 미래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이 성령을 통해 미래 하나님 백성을 도울 것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인권적 원조와 지원은 하나님의 공의와 뜻을 실현하기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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