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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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로또?
  • 노경실 작가
  • 승인 2020.10.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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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 -110

잠언 28:9>사람이 귀를 돌려 율법을 듣지 아니하면 그의 기도도 가증하니라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일이다. ‘오늘 ○○ 이가 조금 있다가 아기를 낳으니 건강하게 잘 출산하게 기도해줘.’ 라는 문자가 왔다. 오늘? 그런데 오늘 기도해달라고 문자를 보내? 그것도 친 여동생이? 기가 막혔다. 여동생의 딸인 ○○이가 한번 계류유산을 한 아픈 경험이 있어서 이른바 부정을 탈까 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여동생은 분명 기독교인이다. 믿음은 강아지풀처럼 약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무언가 아주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도를 부탁하는 마음은 100% 진심이다, 간절하다, 급하다. 

하지만 하나님과 기도에 대해 참으로 기막힌 오해를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본인의 말씀에 대한 무지인가, 아니면 성도들을 말씀으로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그 많은(동생이 그동안 다녀온 교회들) 교회의 목회자들인가?

나는 동생의 문자에 너무나 화가 났다. 심지어 분노까지 솟았다. 로또도 이렇지 않다. 내가 아는 한 거의 1주일을 기대와 설렘 속에서 결과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하나님을 로또만도 못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또, 기도를 즉석에서 긁어서 당첨의 기쁨을 누리는 복권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경우가 셀 수도 없이 많다.

“내 친구가 내일 유방암 수술인데 기도해주세요.” - 드문드문 연락하는 후배가 기도 좀 한다는 사람들한테 뿌린(?) 문자 메시지다.

“내일 우리 딸 면접인데 기도 좀 해주세요” - 기도하라면 손사래를 치는 지인이 보낸 문자다.

“우리 아들이 내일 군대가요. 기도 부탁해요.” -평소에 성경을 전혀 읽지 않는 집사님의 부탁이다.

“우리 남편이 하는 일이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내일 꼭 계약이 잘 돼야 하니까 기도 좀... ” - 큐티하라고 수없이 말해도 고개 한번 끄덕이지 않던 그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다.

“내일, 내일, 내일...” 심지어는 “오늘, 오늘, 오늘...”.  하면서 당장 그 날 아침에 또는 그 전 날 기도부탁을 급하게 하는 사람들의 하나님에 대한 생각은 어떤 모양일까? 그나마 좀 괜찮은(?) 경우가 1주일이나 보름 전에 기도부탁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나의(또는 우리 가족) 힘으로 기도로 버텨 볼 때까지 버텨보자.’ ‘이런걸 뭐 기도 부탁해?’ ‘아는 사람 찾아가는 게 빨라. 선을 대 볼 곳은 다 대 본 다음 안 되면 그때 기도부탁해도 늦지 않아.’ ‘괜히 기도 부탁해봤자, 이상한 소문만 나고 망신당할 수 있어. 그리고 이런 걸 기도부탁하면 믿음 없다고 뒷담화만 돌아.’ 이렇게 신에 대한 믿음은 전혀 없이 사람 힘, 사람 의지로 밀고 가다가 막판에 극심한 불안과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썩은 줄을 잡는 심정으로 기도부탁을 하는 건 아닐까? 되면 좋고, 안 되면 ‘기도라는 게 뭐 그렇지.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 일도 아닌데 정말 진심으로 해줬겠어!’, 라며 침 한번 툭 뱉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신랄하게 표현한 것일까? 하지만 진정으로 기도의 능력,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일하심,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세밀한 귀, 기도를 통해 우리를 고쳐 가시는 하나님의 섭리, 기도 외에는 다른 왕도가 없는 하나님의 역사하심, 기도를 통하여 성도를 서로 묶어주시고 세워가게 하시는 하나님의 배려, 기도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과 모습을 발견하게 하시려는 그 섬세함을 전혀 모르기에 -한마디로 ‘그 따위’의 기도부탁을 하는 게 아닐까? 정말 기도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는 로또만도 못한 기도부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도하며 눈물 쏟는 자는 결코 이리 천박하게 기도숙제를 상대방에게 던져 놓고, 자신은 사실 기대도 하지 않는 무서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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