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동역사’? 그냥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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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동역사’? 그냥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3.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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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합동 여성특별위TFT, ‘강도사’ 대신 ‘동역사’ 명칭 다뤄
총신신대원 여동문회 “같은 복음 전하는데 명칭은 왜 둘?”
예장 합동 제108회 정기총회가 지난 18일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개회했다. 총회는 22일까지 4박 5일 동안 진행된다.
예장 합동 제108회 정기총회에서 조직된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강도사 대신 동역사 명칭을 여성 사역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여성 사역자들은 헌법에도 없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여성안수를 막기 위한 황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이다.

작년 제108회 정기총회 당시 ‘여성 강도사’ 제도 시행을 전격 결의했다가 이틀 만에 같은 회의에서 번복했던 예장 합동총회 안에서, 이번엔 여성 사역자들에게 ‘강도사’ 대신 ‘동역사’라는 명칭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나와 논란이다.

뜬금없는 ‘동역사’ 명칭 등장에 총신대 신대원 여성동문회(회장:이주연 전도사)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동역사’ 명칭은 지난달 27일 대전남부교회에서 열렸던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팀 전체회의에서 등장했다. 특별위원회TFT팀은 제108회 총회가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연구하도록 위임하여 설치됐다.

교단지 기독신문 보도에 따르면, 사역분과 위원 A 목사는 “여성안수에 대한 적법성이 해결되지 않은 교단 상황에서 여성 사역자들에게 합당한 명칭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강도사 대신 동역사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동역사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신대원 입학 과정부터 동역사 후보생으로 남성(목사 후보생)과 분리해 여성을 모집할 것, 졸업 후에는 총회가 동역사 고시를 주관하고 노회에서 인허하도록 할 것 등 개괄적 방안이 논의됐다.

처우는 목사에 준하도록 하겠다고 다뤘지만, 동역사라는 명칭으로 여성 사역자를 분리하는 것 자체가 남녀차별임은 간과한 듯하다.

특히 여성 사역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성례권의 경우, 노회가 허락하는 가운데 한시적으로 성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제시됐다. 현행 교단 헌법과 규칙에서 여성의 성례권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시행령으로 가능하도록 총회 석상에 청원안으로 상정하자는 것이다.

30년 이상 여성안수를 요구해온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은 동역사 제안 자체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총신신대원 여성동문회는 성명서에서 “동역사라는 명칭 부여를 정중하게 거절한다”면서 “우리는 동일하게 여성 강도권과 여성안수를 원한다. 동등하게 남성사역자가 받는 예우와 역할, 지위를 부여할 거면 그냥 ‘강도사’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왜 주의 복음을 전하는데 남녀 명칭이 둘이 되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여성 사역자들은 동역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남녀 차별을 더 뚜렷하게 부각시킬 뿐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교단 헌법과 규칙을 개정하지 않은 채 시행령으로 성례권을 부여하는 제안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헌법 때문에 여성안수를 논할 수 없다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헌법에도 없는 이 명칭을 왜 거론하는가. 동역사의 처우가 목사에 준한다면 왜 굳이 동역사라는 새로운 명칭을 필요로 하는가. 헌법과 규정을 바꾼다면, 여성안수를 위한 헌법과 규정을 만들기 바란다. 우리는 주님의 나라를 위해 여성안수를 요구한다.”

여성동문들은 “사실 남녀평등 사회에서 목사가 아니면 제대로 된 사역이 불가능하다. 여성사역자들을 복음을 함께 전하는 동역자로 인정하고 강도권과 여성안수를 허락해주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사역위원회를 상설화시켜 달라”고도 제안했다.

총신신대원 여동문회장 이주연 전도사는 “강도사와 역할과 지위가 같다면 억지로 동역사라는 명칭을 쓸 이유가 없다. 결국 여성안수로 가는 길을 자르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잘 차려진 밥상을 기대했는데 먹을 수 없는 밥상이 차려졌다”고 비판했다.

이 전도사는 “그렇지만 오는 28일 특별위원회TFT팀과 간담회에서 더 나은 내용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여성 사역자를 위한 연구부서가 성설화 되고 그 안에 여성위원들이 참여해 여성 사역자들과 재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특별위TFT팀은 오는 28일 총신대 양지 캠퍼스에서 신대원 여성동문, 여성 재학생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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